한국인에게는 고향에 대한 애정이 유별나다. 단체활동을 같이 하면서도 쉽게 마음을 열지 않지만, 처음 만난 사람이라도 동향 출신임이 확인되면 형제처럼 금방 가까워진다. 「금의환향, 낙향」이란 말도 있듯이 성공해도 실패해도 고향을 찾는다. 그래서 설이나 추석의 민족 대이동은 조금도 이상스럽지 않다. 스무 시간 걸려 파김치가 되어 다녀왔으면서도 “다음엔 안 가겠다”는 사람은 없다. “명절이라고 고향 갈 일 없어 좋더라”고 말하는 사람도 물론 없다. 고향산천, 어머니의 품을 찾아 젖을 먹고 난 기력 충전은 자체로 신명이어서 귀성길의 고생쯤이야 무용담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귀소 본능을 지닌 인간에게 고향은 「지상에서의 본향」이다.
도시 사회 신세대들에게는 고향이 없다는 것이 불행하다. 도시생활의 어린 시절을 이삿짐 따라 떠돌며 자랐기 때문이다. 물론 전원적인 시골만이 고향이 아니라 도시 골목도 훌륭한 고향일 수 있다. 아이들에게는 잔뼈 굵을 세월과 더불어 또래들 간의 사건과 체험들이 필요하다. 그러나 전셋집에 내 집 마련, 8학군으로, 옮기고 보니 내신성적에 문제가 있어 다시 옮긴다. 여기에 놀던 추억이 어디 있고 죽마지우가 어디 있겠는가. 자란 곳은 있으되 고향은 없다. 고향무정이다.
자식에게 고향 하나도 물려주지 못하고서야 억수 재산 물려주면 부모 노릇 제대로 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달팽이처럼 옮겨 다니며 살아가는데 교회인들 고향이 될 수 있겠는가? 유아세례, 첫 영성체 한 본당에서 혼배성사를 받는 젊은이가 몇이나 될까? 본당 역사와도 같은 터줏대감이 없다. 몇 년 후 다시 찾은 본당은 모두가 낯설 뿐임은 당연하다. 그러니 교회라고 고향유정이 못 되기는 마찬가지다. 도시 본당의 소공동체 운동은 「눌러 살기 운동(?)」부터 시작해야 할 판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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