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국 환경 사제모임」을 옹치격 신부들의 모임이라고 부르고 싶다. 옹치는 재미있는 말이다. 사실 옹치는 한 고조의 부하였는데 지지리도 못나 평소 유방에게 괄시 받던 옹치가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 유방에게 승리를 안겨 주었다. 여기에서부터 「옹치격」이란 말이 나왔다. 성서의 표현에 의하면 길바닥에 버린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다는 말과 같은 뜻이다. 이 말은 어떤가? "나자렛에서 무슨 신통한 것이 나올 수 있겠소?"
지난 번 부산에서 전국 환경 사제모임이 있었다. 사실 이런 모임은 쓸 데 없는 모임이다. 무용이다. 무용이 유용이 될까? 요즈음 사람은 계산적이고 실리적이다. 머리 회전 빠르고 빤질빤질하다. 끝내주는 사람들이 주위에는 너무나 많다. 신부들도 사람인데 예외가 있겠는가? 전교 실적도 올려야 하고 교무금도 많이 거두어들이고 강론도 세련되게 잘해야 능력 있는 신부로 평가 받는다. 나는 자주 이런 느낌을 받곤 한다. 현대인들이 쓸 데 있는 짓보다는 쓸 데 없는 짓을 많이 해야 한다고 말이다. 능력 있는 인간, 쓸모 있는 지구를 만들기 위해서 뛰다 보니 이렇게 온 지구가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다.
쓸 데 있는 것을 멈추자. 돈이 안 되는 일을 좀 하면 어떨까? 어리숙한 사람, 적자 보는 일만 하는 사람이 있을 때 우리 사회의 품이 넓어진다. 우리 사회에는 왜 이다지도 기인이나 별난 사람, 미친 사람이 적을까?
내가 보기에는 환경운동을 하는 신부들은 좀 어리한 것 같다. 속셈도 없고 서툴기만 하다. 자발적인 모임이니까 무슨 공권력이나 권위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자신이 좋아서 이 모임을 할 뿐이다. 무슨 쓰임새로 하는 모임도 아니다. 무슨 논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연의 순리를 따를 뿐이다.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보존하는 모임으로 나아가면 좋겠다. 그래서 이 모임에는 대표나 회장도 없다.
이 모임에는 누구든지 참가할 수 있지만 옹치격이 필요하다. 어리숙한 사람, 시를 좋아하는 사람, 우리 가락을 좋아하는 사람, 고향을 그리워하는 사람, 땅을 존중하는 사람, 눈물이 많은 사람, 산을 좋아하는 사람, 농사를 좋아하는 사람, 똥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 어리버리한 사람, 쓸 데 없는 상상을 많이 하는 사람, 그리고 흑자인생보다 적자만 보는 사람이면 족하다. 전국 환경 사제모임에 우리가 거는 기대는 쓸 데 없는 짓, 못난 짓거리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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