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밤 발생한 종교문제 연구가 탁명환씨의 피살은 종교문제로 인해 종교인에 의해 범행이 저질러졌다는 점에서 이 사회에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아직 공범 여부가 조사 중이지만 단독 범행을 주장하는 26세의 범인 임모씨는 장차 성직을 지망한 신학도로서 탁씨가 오래 전부터 자기 교회를 이단 취급해온 데 대한 보복으로 범행을 결심했다고 한다.
알려진 대로 탁씨는 30년 가까이 신흥종교를 연구해 오면서 특히 사이비 종교들의 비리와 이단을 고발하고 비판하는 데 앞장 서왔다.
이 일을 해오면서 그는 수십 차례에 걸쳐 위협과 협박을 당하고 죽을 뻔한 테러를 당한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이런 죽음의 위험 때문에 그는 오래 전부터 유언장을 작성해 두었다고 들린다.
그러면 그가 왜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사이비 종교들을 고발하고 비판해왔을까? 그것은 사이비 종교들이 혹세무민하여 사람들을 패가망신시키고 결국 절망과 죽음으로 몰아넣는 범죄를 사전에 방지하고자 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이비 종교들의 공통점은 심약한 인간 심성을 교묘히 이용해 일단 신도를 끌어 모으고 그 다음에는 말세가 임박했음을 위협적으로 주입시켜 재산을 헌납케 하는 수법을 써오고 있다.
그리고 이탈자를 봉쇄하기 위해 혼음을 시키거나 범행을 공동으로 행하도록 하는 방법을 사용해오고 있다.
그 같은 예는 87년의 오대양 사건이나 92년도의 다미선교회 휴거 소동 그리고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영생교인들의 실종사건 등 수도 없이 많다.
이처럼 사회의 독버섯ㆍ독충과도 같은 사이비 종교들을 발본색원해야 할 책임은 의당 공권력에 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공권력은 그 일을 못해왔을 뿐 아니라 수차의 죽음의 위기로부터 끝내 그를 보호해 주지 못했다. 곧 그의 죽음은 공권력을 대신한 고귀한 죽음으로 볼 수 있다.
정부의 하는 일이 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지만, 탁씨의 죽음을 계기로 검찰이 사이비 종교 단속에 나선 것은 다행한 일이다. 이제부터 사이비 종교 단속은 한시적이 아닌 영속적으로 기성종교들과의 협력 하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사이비 종교의 출현은 기성종교들에 상당 부분 큰 책임이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우리나라 신흥종교는 3백90여종이며 신도 수는 2백만 명에 가까운데 이 중 20% 정도는 사이비 종교들이라고 한다.
기성종교들이 왜 사이비 종교들로 빠져드는 사람들을 자기네 종교로 안아들이지 못하는가? 그들의 한과 아픔 고통을 해결해 줄 방법을 기성종교들은 못 가지고 있는 것인가?
탁씨의 죽음은 우리 가톨릭교회에도 맹성의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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