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서부터 키를 재면 분명히 그 친구보다 내가 더 크다. 그러나 하늘로부터 키를 재면 분명 그 친구가 더 크지 않다. 나는 이 생각이 머리를 스치면서 그 친구의 말이 사실이었음을, 다시 말해 우리의 영적 모임에서 주님께서 나에게 주신 진리의 말씀이었음을 깨닫고 사랑이신 주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렸다.
그렇다. 우리는 이처럼 키를 재는 기준이 다른 이 세상에 살고 있다. 나와 그 친구와의 키재기에서 서로 기준이 달랐던 것이다. 나는 지금 이 순간도 끊임없이 그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 이러한 어마어마한 생각의 차이점으로 놓고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의 지혜를 간구해야만 하겠다고 믿는다. 나는 영적 지도 신부님의 짧은 이야기 안에서 내 스스로 해결할 수 없었던 나의 모든 궁금증을 일시에 풀었다.
성체의 신비 안에서, 성체의 삶을 살도록 부르심을 받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이 이야기 속에 숨어있는 하느님의 진리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 여기며 나는 이 이야기를 소개하는데 주저함이 없음을 밝힌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바는 첫째로 우리가 작아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과는 그 기준이 전혀 반대이기 때문이다. 주의 기도에서 알 수 있듯이 아버지의 뜻은 하늘로부터 점차 땅으로 내려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낮아질 때 낮아진 만큼 하느님께서는 나에게 내려오실 수가 있는 것이다。
육신을 입고 이 세상에 오시어 당신을 계시하신 하느님께서는 그것도 모자라서 자연의 형상인 성체의 모습으로 오늘 이 순간에 우리에게 당신의 모습을 계시하시고 있다. 따라서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우리 신앙의 초점인 성체께 대한 존경심을 항상 지니며 또한 이 거룩한 성체를 축성하고 만지는 사제를 존경해야 함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즉 하늘로부터 당신 스스로 우리에게 내려오시고 계신다. 이러한 하느님의 사랑을 우리는 외면할 수 있을까. 이 하느님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할까. 그것은 곧 내가 작아지는 것이다. 세상의 어떤 부귀·영화·권력·명예들은 모두 내가 작아지는데 방해가 되는 것들임을 인식해야만 하겠다. 특히 권위의식에 사로잡힌 영적 교만이 우리에게 엄습해올 때 단호하게 이를 물리침으로써 세상의 키 재기에 동참하지 않도록 하느님께 간구하자.
그분은 갈수록 커져야 하고 나는 갈수록 작아져야 하리라.
지금까지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다음호부터는 미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롯본당 양귀숙씨의 「은총과 만나」가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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