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제례 예식서 시안을 읽고 몇 가지 느끼는 것이 있다.
통일된 상제례 예식서 시안은 복음의 토착화라는 의미에서 매우 고무적인 사건이기도 하다. 또한 그리스도교와 우리 민족의 문화와 심성을 조화시켜 복음의 생활화에 일조를 더할 것이기에 긍정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시안 중에는 매우 꺼림칙한 것이 보여지기도 한다. 그 중 유교의 제사 형식을 그대로 흉내 낸 「삽시」가 있다. 즉 죽은 사람의 영혼이 와서 제사 음식을 들도록 숟가락을 밥그릇 위에 꽂는 것이 예식서의 시안에 나와 있는데 이것은 신자들에게 혼동을 줄 소지가 너무 많고 아무리 상징적인 행위로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그러한 의식은 역겨운 것이다.
복음의 토착화라든지 복음의 생활화는 그리스도교의 신앙을 우리 민족의 심성과 문화에 적용 혹은 조화시키는 것으로도 볼 수가 있다. 그러나 단지 어떤 예식의 몇몇 의식을 그대로 도입한다 하여 토착화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기형적인 신앙 형태로 변할 수가 있다고 여겨진다. 라틴 아메리카의 많은 주민들은 무속이라든지 전통신앙과 혼합된 이상한 형태의 그리스도 신앙을 영위하고 있다고 한다.
복음의 토착화를 생각할 때 우리는 또한 개신교와의 일치를 위해서도 좀 더 분명한 방법을 택하여야 할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유교나 불교의 나라가 아니며 불교 유교 무속 도교 등의 종교들이 얽히고설켜 있는 문화와 심성을 가진 국민들이 살고 있는 나라이며 오히려 가톨릭 개신교 등 기독교 인구가 국민의 1/4을 넘게 된 나라이다.
개선교인들은 십자가나 성모상이 우상이 아님을 잘 알고 있지만 간혹 신자들이 지나치게 성모상 앞에서 촛불을 밝혀둔 채 절하고 비는 모습에서 그들은 그러한 모습이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아예 상 앞에서 기도하는 것조차 금하고 있다.
그런 것이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리스도교의 상제례 시안에 그리스도 교리와 배치되는 의식(죽은 혼이 와서 음식을 들도록 숟가락을 밥그릇에 꽂고 절하는 것)을 타종교와 융합이라는 판단으로 혹은 더 이상의 고상한 의미로 예식서에 삽입시키려하기 보다 차라리 그리스도교의 보편성과 순수성으로 또한 갈라진 형제들과의 일치를 위해서도 의심스럽고 꺼림칙한 것들은 주교회의에서 수정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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