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원과 원주에서 각각 여섯 번째와 일곱 번째로 3형제 신부 가족이 잇달아 탄생하였다. 집안에서 3형제 찾아보기조차 어려워져가는 세태를 감안하면 그 희소성이 더욱 돋보여진다. 특히 지난 2월 2일 일곱 번째 3형제 신부로 탄생한 원주교구 배도하 신부는 7형제 가운데 다섯 번째이다. 그런데 이 새 신부의 막내 동생이 현재 대신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어서 수 년 후에는 이 집안에서 국내 첫 4형제 신부 탄생까지 예고하고 있다.
한 집안에서 한 명의 사제만 배출하여도 집안의 자랑이며 주님의 은총으로 여겨온 우리 신앙인들에게 여러 친형제가 사제의 길을 함께 가고 있다는 것은 여간 경사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여러 형제가 성직의 길로 들어설 수 있게 된 것은 우선 ‘성직자 수도자 집안에서 성직자 수도자가 많이 나온다’는 사실을 새삼 주지시켜주고 있다. 다시 말하면, 성직자 수도자 배출의 온상은 다름 아닌 ‘가정’임을 일깨워주고 있는 것이다. 믿음이 충만한 가정, 부부가 화합하는 가정, 성직의 가치를 존중하고 인정하여 주는 가정에서 성소가 싹 트고 결실을 맺을 수 있음을 3형제 신부 탄생을 통하여 새삼 깨닫게 된다. 실제로 3형제 신부에 합류한 새 사제들은 한결같이 부모의 굳은 신앙, 앞서 사제가 된 형들의 모범적인 삶을 보면서 사제의 꿈을 키워왔으며 “성가정이야말로 성소의 온상”임을 자신 있게 말해주고 있다.
3형제 신부 외에도 국내에는 수많은 형제 신부들이 있으며 삼촌과 조카 사이, 그리고 사촌간만으로 압축하여도 이들 사제들이 어림잡아 전체 사제 수의 30%쯤은 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다른 각도에서 보면 오늘날 한국 교회의 풍부한 성소현상이 머지않아 척박해질 수 있음을 예시하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대신학교 수는 곧 7개까지 늘어나지만 이미 80년대 말부터 대신학교 입학자 수는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으며, 회복 기미는 좀처럼 찾아보기가 어렵다. 연이은 3형제 신부 탄생에 반가운 마음만 가질 수 없는 소이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많은 형제자매들이 가득가득 채워온 한국 교회 ‘성소의 풍요’가 이제 자원이 고갈되고 있음에 유념하여 대책을 마련하여야 할 시점이다. 형제조차 찾아보기 힘들어가는 요즈음, 3형제 신부 탄생은 먼 훗날 전설 같은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성소 계발에도 유비무환의 정신이 요구된다. 아무튼 연이은 3형제 신부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