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풍습이 다른 이곳 부산에서의 생활도 날로 익숙해지면서 본당에서 부여되는 봉사활동을 열심히 수행하였는데 무엇보다도 우리의 구원을 이루시기 위해 골고타까지 가시는 주의 수난의 길에 동참하겠다는 불타는 신앙에서 나의 모든 행동을 시작했다.
이것이 과거의 나의 막연한 신앙생활과는 다른 점이며 수동적이기 보다 능동적으로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신앙인의 자세를 견지해오고 있다고 나는 자신을 가지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연약한 인간이기에 주님의 도우심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음도 생활에서 체험하곤 한다. 2년 전 우리 본당에 지속적인 성체조배인 가르멜산 성체회가 설립되어 나는 초대 지도조장으로서 봉사자의 임무를 맡고 열심히 일하였다.
이와 같은 가르멜산 성체회에서 주님의 종으로 일하면서 나는 주님의 말씀에 더욱 더 밀착해갔고 회원들을 위한 봉사에 최선을 다하기도 했다. 조배실을 비우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하다 보니 많은 어려움이 따를 때도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주님의 종으로서 성실하게 봉사하려고 노력하였고 봉사자 월례회를 통해서 주님께서는 당신 진리의 말씀으로 보답해주셨던 것이다. 내가 들었던 말씀 중에 나의 마음을 세차게 울렸고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의 신앙 체험을 요약할 수도 있는 귀한 지도 신부님의 말씀을 함께 생각해보고자 한다.
나는 「도토리 키 재기」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요약하여 우리 본당 성체회원들에게 소개한 적도 있었다. 지도 신부님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어느 날 행사에서 「빛 둘레에」라는 프로그램이 한참 진행되고 있을 때의 일이다. 깜깜한 밤 점화된 붉은 장작더미의 둘레에 모든 이들이 초에 불을 붙여 들고 다니다가 서로 만나는 사람끼리 자신의 초를 서로 주고받으며 “사랑합니다”는 인사와 함께 영적 선물을 서로 나누던 중 키가 아주 작았던 친한 친구와 마주치게 되어 초를 서로 나누었다. 그런데 그 순간 그 친구는 엉뚱하게도 나와 키를 재보자고 하지 않는가. 재보나마나 나는 키가 좀 큰 편이어서 178cm이었고, 그 친구는 아주 작아서 146cm밖에 되지 않았던 것이다. 키를 재볼 필요성도 없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자꾸 졸라대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나는 그 친구와 등을 마주대고 섰다.
그러자 그 친구가 서슴없이 하는 말은 “자네 그 동안 많이 컸군. 그러나 나는 자네보다 내가 더 많이 컸다고 생각한다네”하지 않는가.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지혜의 하느님께서 이 행사장에 서 있는 나에게 다가오시는 것을 느꼈다. 나는 키 작은 이 친구의 무심코 던진 말 속에서 참으로 오묘한 진리를 깨달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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