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청양본당에 부임할 때의 일이다. 대전에서 논산 부여로 하여 차를 몰고 청양 가까이 오니 덜그럭소리가 나 웬일인가 살펴봤더니 배터리케이스가 비포장길에 견디지못해 떨어져서 차가 흔들릴 때마다 좌우로 이동하는게 아닌가. 울상이 되어 청양에 도착하니 정비공장이 없어 대장간에서 때우고 본당에 들어갔겠다. 모여선 교우들과 인사를 하고 간단한 환영식을 하고는 다과회를 하는데 어쩐지 교우들 얼굴이 어색하다. 그래서 첫 인사말로 자동차기름을 내가 대겠으니 안심하라고 했다. 자동차라야 69년산 일제 코로나로서 운행할때면 각종 나사마다 우는 12년된 차였다. 하긴 지금은 5만원선이지만 당시엔 주일헌금이 만오천원정도였으니 근심할만도 하다. 한달쯤 걸려 본당실정을 파악해본 결과 신자수가 너무적어 우선 성당안에 짐승만 빼놓고 사람이면 아무라도 가득 채워야겠다는 욕심이 들었다. 마침 고교음악교사가 교우길래 토요일마다 내 음향기기를 성당에 내놓고 토요 음악회란 것을 시작했다. 순서는 음악감상, 다함께 부르기, 도움이 되는 말등 1시간정도 했다. 어떤 때는 내가 직접 기타연주도 하였다. 그러다가 나중엔 아예 예비자교리로 바꾸어 버렸다. 예비군에게 교육시킬때도 에라모르겠다, 불교쟁이 개신교쟁이할것없이 몇 백명모인 곳에서 마이크에 대고 떠들건 말건 예비자교리를 실시했다. 미리 맛들여 놓으면 학생들도 군대가서 천주교에 나갈 확률이 크기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국교생도 꼬여야했다. 학교 근처에 교리교사들을 보내어 하학하는 아동들과 공기를 집어주며 옛날얘기를 해주라고 했다.
교우선생은 반아이들을 죄다 몰고(?) 성당으로 데려왔다. 옳다 잘됐다! 속으로 생각하고는 내 응접실에 씨커먼 다리몽댕이들을 모아놓고는 은빛 번쩍이는 외제 아코디온으로 율동을 시켰다. 신이나서 노래하고 춤을 추었다. 그런데 너무나 좋았는지 다음날도, 그 다음 날도 또왔다. 목사 아들까지도 말이다. 그래서 성당에 데리고가서 아동예비자교리를 시작하였다. 하느님에 대해 설명을 막 끝냈는데 한 아이가『신부님, 하느님도 부인이 있으시대유?』하고 묻는게 아닌가? 이제 그들이 모두 고등학생들이 되었다. 그리고 그중에 몇 명은 신학교에 간다고 몇 년째 결심을 다지고 있다. 이것이 보람이 아니겠는가? 줄무덤 성지개발을 하다보니 줄무덤이 위치한 산이 최씨 종산이라 몇번 매입하려고 시도했으나 허사였다. 그래서 토지사용 승락서를 받기로하였다. 13㎞떨어진 다락골마을의 이장, 최씨를 봉고차로 한차 실어와서「뉴욕」거리 같은 청양읍내 어떤 방석집으로 모셨다. 상에 흰종이를 깔고 상치수북히 쌓아놓고 돼지삼겹살을 지글지글구어 먹게한후 가장 기분이 좋은때 아코디온으로「오늘도 걷는다마는 … 」을 쳐주니 일어서서 춤까지 춘다. 노래를 끝내고 미리 준비해간 토지사용승락서를 내밀으니 며칠만에 다 도장을 받아냈다. 5만원어치 돼지삼겹살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었다. 아이구 벌써 원고지 7매가 다 찼구나. 그동안 애독해주신 독자여러분에게 고마움을 전하면서….(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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