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서 대장암으로 수술을 받으신 후 일년동안 투병생활 끝에 3년전 칠순의 나이로 선종하였다.
어머니께서는 인내의 한계를 넘어선 고통속에서도 한 마디의 불평이나 불만을 하시지 않으셨고 오히려 그 고통을 하느님과 연옥에 있는 영혼들에게 바치시겠다고 진통제마저도 거부하셨다.
병세가 점차 심화되어가자 죽음이 가까이 있음을 아시면서도 추호의 동요도 보이시지 않으신 어머니, 단 한가지 소박한 소원이 있으셨다면 평소에 당신의 장례미사는 그레고리안 연미사로 하여달라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깊은 곳으로부터 나의 의식과 생활에 조용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것은 선종하시기 며칠전 형제들에게 남기신 마지막 말씀이다.
『나는 너희들에게 남길 것이 아무것도 없다. 나는 하느님께서 나에게준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서 살려고 노력했다. 내가 너희들에게 남길 것이 있다면 너희들과 살아온 그 하루하루의 생활뿐이다』
이 마지막 말씀은 철학적 이론도, 신학적 정의도 아니다.
소학교 교육도 채 받지못한 한 평범한 어머니의 말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 평범한 말이 강하게 나의 가슴을 압박해옴은 무슨 까닭일까? 과연 나는 마지막 시간에 아무런 미련도 후회도 없이 죽음을 맞이할수 있을까? 나는 혹시 하느님께서 나에게 주어진 탈렌트-주어진 시간과 모든여건, 재능과 직책을 땅에 묻어놓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간은 누구나 의식하든 의식 못하든간에 하느님으로부터 많은 탤런트를 받고있다. 바로 그것이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은혜며 사랑이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보다 더많은 탤런트를 받았다고해서 교만해하거나 자랑할 것이 못된다.
어느땐가 받은 탤런트에 대해서 하느님앞에 준엄한 결산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안되니 말이다. 해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탤런트가 크고 작든간에 최선을 다하였을때 언제나, 어느 곳에서나 하느님 앞에 두려움없이 설 수 있을 것이다.
위령성월을 맞이하여 나 자신을 하느님 앞에 투시해보며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조용히 마음속으로 새겨본다.
『나는 이 희망을 이미 이루었다는 것은 아니고, 이미 완전한 사람이 되었다는것도 아닙니다. 다만 나는 그것을 붙들려고 달음질 칠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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