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원에 들어온 지 얼마안된 어느날 월례피정을 하게되었는데, 강론이 시작되기 전에 우리가 자주 부르던 이탈리아어로 된 성신성가를 부르자 피정강론을 하러 오신 신부님께서『여기가 이탈리아 식민지냐? 매스콤 사도직을 하는 수도회로서 이탈리아말이 한국 매스콤에 통하느냐?』고 야단만 치시다가 그냥 돌아가버리신 일이 있었다.
지난 11월1일 성바오로 여자수도회 한국진출 25주년행사중 감사미사 때 바로 그 신부님께서 축사를 해주셨다. 지난날 자신이 못마땅하게 여기던 점들은 이제는 찾아볼 수 없게 성장한 것을 축하하시면서 또하나, 유럽의 전통깊은 수도회들이 한때는 큰 발전을 이루기도 했으나 지금은 쇠퇴하여 성소자가 거의 없는 수도회들이 있는 것을 볼때 지금 한창 젊음과 생기와 열의가 넘치는 아름다운 이 나이에서 발전이 머물렀으면 한다는 말씀도 해주셨다.
이제 스물다섯 살이 된 수도회와 우리 자신들의 모습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이탈리아로부터 파견되어 오신 수녀님 두분의 작은 씨앗으로 시작된 수도회가 이제는 1백여명에 가까운 회원으로 불어나 큰 가족이 되었다.
그 연륜에 맞갖는 발전이라고 할까, 분명히 외적이며 양적인 팽창이 눈에 보이는 것만은 사실이다.
『외양으로 보는 25년 발전사가 아무리 눈부시다 하더라도 진정한 발전은 수도회의 재산인 회원 한사람 한사람의 영적 성장임을 잊어서는 안되겠읍니다.』
『스물 다섯살이 된 여러분들에게 들려드리고 싶은 말은 여러분들의 본연의 사명은 그무엇보다도 그리스도를 전파하는 사도의 직분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매순간마다 단순한 책장수나 그밖의 것으로 전락할 수 있는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음을 인식하고 창립자의 정신에 따라 조심스럽게 살면서 나날이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교회 어른들의 이러한 말씀속에는 외적인 발전에 맞갖는 내적 성장에의 염려가 함께있음을 되새기면서 우리는 지금의 처지에서 만족하고 안주할 수 없다는 다짐을 더욱 깊이하게 되었다.
그렇다! 중요한것은 연륜이 쌓일수록 젊음을 갖는 일이다.
젊음이란 불안정한 미래에 자신을 내던질 수 있는 포부와 의욕을 지닌 모습이다. 초창기시절에 홍보 사도직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순백한 열정을 쏟았던 바로 그런 모습이리라. 25년동안 일구어온 터전에 이제는 발을 뻗고 안주하려 한다면 그것은 이미 노쇠해가는모습, 사라져가는 서글픈 불빛이리라.
영원한 젊음의 하느님, 그분은 정말 대단한 정열가이시다. 몇 천년을 두고 인류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시고 변함없는 사랑을 기울이시는 하느님께 스물 다섯살 난 우리의 젊음을 오래오래 간직할수 있는 비결을 배워야겠다.
그동안 수고해주신 대전교구 청양본당 주임 방윤석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번호부터는 성바오로 여자수도회 박문희 수녀님께서 집필해주시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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