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 오후、자매들과 함께 용산에 있는 성직자 묘지에 갔었다.
기억에도 생생한 신부님들의 묘비명、거기 정성스레 놓인 꽃묶음들… 이분들을 기억하는 이들의 정성이 와 닿았다. 말없이 누워 계신 신부님 한분 앞에서 『주여、이 신부님께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하고 기도하는 내게 신부님들께서 무엇인가 말씀하시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히곤 했다. 그분들은 땅과 아주 친밀하게、아니 어쩌면 그땅의 일부로서 평안히 누워계신다.
겨울이 문앞에 와 있은 늦가을의 맑고 높은 하늘、따스한 햇빛아래 고이 잠들어 계신 신부님들 사이를 지나면서 여기 그 평화로움、그 안식이 마음 속 깊이 스며들었다. 묘지 위에 소리없이 지는 나뭇잎을 바라보며 영원한 안식의 복된 잠을 부러워하던 나는 엉뚱하게도 매일 자고 일어나는 내 일상의 잠에 대해 생각이 미쳤다.
불교의 선승이나 트라피스트 수도회에서는 한밤중에 일어나서 선을 하고 기도를 한다. 그들에게 있어서 잠은 제어해야 할 인간의 욕망이기에 잠을 달관하는 경지에 이르기 위해 엄한 수행을 한다. 한밤중이나 첫새벽의 신비스러운 정적속에 잠을 깨는 이들의 아름다움、그 비길데 없는 정결한 기도… 하나 나는 언제나 첫새벽에 일어나는데 곤혹스러움을 겪곤한다. 아뿔사! 경건한 묘지 참배중에 이건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분심이군 하는 경각심과는 달리 내 생각은 자꾸 잠에 대해 천착해 간다. 『제대로 일한 사람의 깊은 잠、사업으로 마음이 보채 잠을못 이루는 사람의 불면증、게으름뱅이의 늦잠 등… 성서에서 잠은 그보다 한결 깊은 현실의 표상이자 비유이다.
죽음의 표상、죄에 탐닉한 상태의 비유、또는 하느님의 지시를 받아들일 수 있는 유순한 마음의 시간을 의미하기도 하는、우리가 매일 자는 잠은 매우 신비스러운 것이다. 생리현상에 못이겨 늘어지는 게 아니라 하나의 전인적 행위로 마음을 푹 놓고 믿으면서 잠을 맞는다면、그것은 기도의 내적구조와 상통하는 것이다.』 (칼 라너의「일상)에서) 『그렇습니다. 여기、영원히 잠들어계신 존경하올 신부님들、하느님을 마주 뵙는 즐거움은 어쩔수없이 빠지게 되는 감미로운 잠과도 같은 것이 아닐까요?신부님들은 마치 거센 풍랑속에서 평안히 주무시던 예수님과도 같습니다. 영면하시는 모든 분께 전구하오니、눈만 뜨면 희비애락에 얽매이는 지상의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고 우리의 마지마 순간이 매일 맞는 잠 속에 빠져들 듯이 그렇게 유순하게 하느님 품으로 돌아가는 길이될 수 있도록 도와 주십시오.』
돌아가신 분들의 영복을 빌러 갔다가 살아있는 우리도 순간적으로 지나가 버릴 지상의 시간을 잘 엮어서 영복을 누릴수 있기를 빌면서 돌아왔다 『천년도 당신 눈에는 지나간 어제 같고! 한토막 밤과도 비슷하오니…날수 셀 줄 알기를 가르쳐 주시어、우리들 마음이 슬기를 얻게하소서』 (시편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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