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이리 저리 뛰어다니면서 삶을 영위해 가고있다.
◆바쁜 삶
우리는 이 물건을 구해야하고 저 물건을 얻어내어야 한다. 이 일을 처리해야하고 저 일을 마무리지어야 한다. 이 사람을 만나야하고 저 사람으로부터 약속을 얻어내어야 한다. 이처럼 우리는 일에 쫓기고 삶에 떠밀리어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바쁜 것은、그리고 그 근본 이유는 인간이「가능존재」(可能存在)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이미 완성되어 있은 존재가 아니라 그 완성을 향해서 나아가고 있는、그리고 그 완성이 그에게 과업으로 주어져 있는 그러한 존재이다.
첫째로、인간은 자기 손으로 자기「환경」(環境) 을 만들어가고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 가능존재이다. 우리는 우리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주어져 있는 환경은 우리에게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어져 있는 그대로의 자연속에서 우리는 살아 남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인간은 환경을 손질해가야 한다. 주어져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변경시켜 나가야한다 말하자면 주어져 있는 제일의 환경에 대하여 제이의 환경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가야한다. 주어져 있는 제일의 자연에 대하여 제이의 자연을 자기 손으로 형성해 가야한다.
◆가능 존재
우리가 그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집」과「마을」이 우리 손에 의해서 만들어진 제이의 환경인가 하면、우리가 그것을 떠나서 살 수 없는「제도」와「규범」역시 우리 손에 의해서 형성된 제이의 자연이다. 그리고 우리 인간은 그 속에서 비로소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다. 이처럼 우리 인간은 자기가 자기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는 존재다.
둘째로、인간은 스스로「자기자신」(自己自身)을 만들어가고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 가능존재이다. 인간은 동물과는 달리 충동을 억제할 수있다. 외부로부터 자극이 들이닥칠 때、인간은 그것에「거리」를 둘 수 있다. 그리고「선택」할 수 있다.
그것을 받아들여 내것으로 하는가 또는 거부하여 그것이 내것으로 되지않게 하든가 하는것이 인간에게는 가능하다.
이때 우리 인간은 그 자극을 자기 것으로 받아 들임으로써 그러한 자기가 되어 간다. 그리고 그러한 자극을 자기 것으로 받아 들이지 않음으로써 그렇지 아니한 자기가 되어간다. 그리고 그러한 자극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 그렇지 아니한 자기가 되어간다. 이처럼 우리 인간은 자기 자신을 이러한 존재로 또는 저러한 존재로 만들어가고 있는 존재다.
이와같이 우리 인간은 가능존재이다. 한편으로 우리가 우리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다른 한편 우리가 우리자신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인간은 가능존재이다. 그리고 그때문에 우리 인간은 살아가면서 바쁘다. 쉴새없이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내게 주어지는 가능성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가능성
우리 인간이 가능존재인 것은、그때마다 가능성이 우리에게 주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우리 환경을 만들어 가는데 있어서 이러한 또는 저러한 가능성이 우리에게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자신을 만들어 가는데 있어서 이러한 또는 저러한 가능성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인간에게는 누구에게나 언젠가는 하나의 독특한 가능성이 주어진다. 이 가능성은「이것을 넘어서서 어떠한 가능성도 더이상 주어지지 않는다」는 그러한 가능성이다. 다른 가능성들이 이제는 하나도 더 남아 있지 않다는 말마디 그대로「마지막」가능성이다.
우리 인간은 누구나가 언젠가는 살기를 그만두어야 한다. 살기를 그쳐야한다. 우리 인간은 죽는다. 죽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 인간에게 주어지는「마지막 가능성」이다. 최후의 가능성이다.
죽음은、인간의 마지막 가능성인 이 죽음은 이제 어떤 가능성도 인간에게 더이상 주어지지 않도록 차단해 버린다. 아니 모든 가능성을 앗아가 버린다. 그리고 그 결과로 마지막 가능성은 인간이 자기환경을 만들어가는 도중에 그 일을 그치게 만든다. 그 일을 그만두게 만든다. 그리고 인간이 자기자신을 형성해가는 도중에 그일을 그치게 만든다. 그일을 그만두게 만들어 버린다. 그리하여 우리인간의 일을、그 업적을 모두 단편적인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미완성인채로 남겨두게 만들어 버린다.
지금 우리는 한해의「마지막」달을 보내고 있다. 머지않아 우리는 이해의「마지막」날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마지막 가능성에 대해서 깊이、그리고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때를 맞이하고 있다 하겠다.
「마지막 가능성」、그것은 무엇인가? 마지막 가능성 그것은 무엇보다도 이러한 또는 저러한 개별적인 가능성을 차단한다. 불가능하게 한다. 다시 말해서 이제는 부분적인 이러한 또는 저러한 가능성이 우리에게는 불가능하게 되어 버린다.
그렇다면 이「마지막 가능성」은 이러한 또는 저러한 가능성、즉 모든「개별적인 가능성」을 뛰어넘는「전체적인 가능성」일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한번 우리 인간에게 주어질때 우리는 남김없이 가득 채워지는 그러한「구원에로의 가능성」일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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