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가톨릭 신문에 국내 가톨릭 방송국 설치에 대한 기사가 실렸었다. 막강한 수단인 방송을 복음선교에 사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랜 우리의 염원이 이루어지려나 하는 반가운 마음에 오늘은 방송에 관계된 이야기를 하고싶다.
필리핀에 라디오 베리따스 아시아(Radio Veritas Asia)라는 국제 가톨릭 방송국이있다. 이곳에서 한국어 방송이 1980년 7월에 시작되었고 1981부터는 성바오로 여자수도회 수녀가 파견되었다. 가까운 우리 자매 수녀들이 방송을 하고 있기에 남다른 관심과 애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시간을 맞추기 어려운 이유 등으로 그 방송을 거의 듣지못하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그러던 중 한국 주교회의 매스콤 위원회가 주최한「R·V·A 국내 수신인들의 모임」에 참가하는 기회가 있었다. 거기 모인분들은 대개 단파방송 수신경력이 오래된 분들이었고 그중에는 20여개국의 방송을 청취한다는 베테랑도 있었다. 그런데 이분들이 한결같이 공감하고있었던 것은 해외방송을 듣던중 우리말방송이 흘러 나왔을 때의 반가움、더구나 맑고 다정한 음성의 주인공이 수녀였다는것과 처음 듣는 교회음악들이 참으로 경이로와 자연히 정성스러운 수신보고서를 보내지않을수 없었다는 것이다. 단파방송을 들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방송생태의 불량、출력이 센 타방송과의 경쟁은 한마디로 공중의 전파싸움을 듣는 느낌이 들게한다. 파도가 밀리듯하는 잡음속에서 주파수를 잡아 세심하게 귀기울여야하는 수고로운 작업을 하는 그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지않을 수 없었다.
그분들은『단파방송은 잘 안들리는데에 묘미가 있습니다. 잘 들리는 방송을 들으려면 국내방송을 듣지요. 너무 잘들리면 싱거워서 재미가 덜 하답니다』라고 말했다. 취미라고 할까?「잘 안들리는 것을 듣는 묘미」라는 기묘한 대답이 오랫동안 마음안에 남게되었다.
이 방송이 겨냥하는 곳은 북한과 중공이다. 침묵의 교회、지하의 신자들 중에 과연 몇 사람이나 이 방송을 듣고 있을까? 그러나 그 모범 청취자와 같은 동포들이 틀림없이 있다고 믿고 싶다. 그들에게 있어 이 방송은 정말 구원의 기쁜 음성일 것이다.
늘 채워지지 않은 잔과 같은 기대속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다시 한번 주님께 대한 기다림의 의미를 새겨보는 대림절을 맞으면서 자주 부르는 노래말이 생각난다.
『저 푸른 언덕 넘어 구원의 음성 들려 온다. 수천년 기다려 온 주님이 오시네』
멀리서 들릴듯 말듯 소음속에 묻혀있는 주님의 목소리、RVA에 귀기울이는 이역의 형제들이나 참된 구원의 음성에는 언제나 귀가닫혀 있는 형제들이나 잘 안들리기는 마찬가지인 주님의 음성이다. 이 잘안들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길은 단 한가지 귀기울여 듣는 길 뿐이다.
듣고자하는 마음이 있는 귀에 오늘 들려오는 말씀은 이러하다.
『장차 내가 약속한 복을 전국민에게 그대로 내릴 날이 온다. …그는 세상에 올바른 정치를 펼 것이다. 그 때에는 살길이 열려 모두들 마음놓고 살게 되리라. 그때에 사람들은「야훼 우리를 되살려 주셨다」라고 말할 것이다』
(대림1주 제1독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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