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반모임이 있다는 통보를 받고 함께 참석을 하였는데 남자는 나 혼자밖에 없었다. 서울에서 하던 대로 부부가 함께 모이는 줄 알았는데 자매님들만으로 반모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함께 동석하여 반모임을 하였는데 잘 이해되지 않는 교리 몇 가지에 대해 나의 견해를 묻기에 아는 대로 대답해 주었던 것이 계기가 되어 일주일에 한 번씩 가정을 번갈아 옮기면서 친교와 더불어 생활교리를 시작하게 되었다.
당시에 나는 레지오에 재입단하였으므로 레지오 마리애의 정신에 입각하여 더욱 충실한 마음으로 구체적인 생활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접목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교리교육에 열심하였다. 이렇게 시작된 작은 공동체 생활이 냉담자 회두는 물론 구성원 각자들이 서로 나누는 허심탄회한 생활 체험들을 통해 자신들의 체험으로 삼기도 했고 너무나 하느님 말씀과 떨어져 살았던 사실을 놓고 진정으로 회개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랑의 나눔을 가진 것이 1년 6개월이었고 이 같은 모임이 이웃 본당에도 알려져서 타 본당에까지 나는 열심히 다니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교회에서 강조하고 있는 기초 공동체인 반모임을 통하여 하느님의 손길로 움직였던 나의 발길을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하느님의 사랑과 능력이 나를 통하여 표출되었고 내 스스로는 철저한 하느님 사랑의 도구였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것들이 본당에 알려지게 되어 나는 본당 주일학교 교사 공동체의 일원이 되었고 제일 나이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중등부 교리교사로써 2년간을 봉사했다. 그리고 본당 전례분과에서 아내와 더불어 봉사의 생활을 시작하였으며 지금까지도 부부 레지오 단원으로써 힘닿는 대로 교회의 손발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멈출 줄 모르는 우리 부부의 봉사적 생활과 사랑의 생활은 모두가 우리 가정 안에서 이루신 하느님의 섭리임을 부인할 수 없으리라. 그런데 항상 내 마음 속에 도사리고 있는 것은 죽음으로부터의 극적 탈출을 놓고 이제 영적 죽음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나는 근래에도 나에게 다가오는 많은 영적 고통 안에서 지금까지 닥쳐왔던 것과는 종류가 다른 고통을 참기 힘들어 할 때가 많이 있음을 생각하고 이런 것들이 영적인 교만이라고 생각한 때가 많았다.
가르멜산 성체회의 조배실에서 묵상 체험이 나의 역적인 갈등을 풀어주었는데 이 묵상 체험을 통해 나는 하느님의 말씀을 내 생활에 맞추지 말고 내가 하느님께 다가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생각이 들자 세상이 갑자기 밝아지고 내 마음이 시원해지는 기쁨으로 가득 찼다. 나의 어려운 삶을 통해 신앙의 진리를 깨우쳐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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