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 공원’의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아우슈비츠의 유태인 대학살을 냉정하게 그려낸 최신작 ‘쉰들러의 명단’으로 골든 글로브상 최우수 감독상을 받았다. 스필버그는 할리우드의 외신기자협회가 주관하는 이 상을 수상함으로써 곧 이어질 아카데미 영화상의 최우수 감독상에 도전하게 되었다. 뛰어난 천재성에도 불구하고 유독 아카데미 영화제에서만 소외되었던 스필버그의 불운이 해소될지 주목거리다.
쉰들러는 탐욕스러우면서도 또 많은 유태인을 구해내었던 실존 인물이다. 그 자신이 유태인인 스필버그는 하필 이 시점에서 왜 쉰들러를 통해 아우슈비츠의 악몽을 되살려 놓으려 했을까? 그는 발칸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피의 학살극이 그 직접적인 영화 제작의 계기가 되었다고 고백했다. 결국 ‘쉰들러의 명단’은 과거의 고발일 뿐만 아니라 현재의 고발이기도 하다.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발칸반도와 인접한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약 50km 떨어진 한 마을에 가면 현대판 아우슈비츠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난민수용소가 있다. 특히 이곳의 한편에 마련된 ‘난민박물관’이 바로 그곳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피 묻은 여권, 총알구멍 투성인 외투 등 그날의 참상을 전해주는 많은 소장품이 전시되어 있다.
이 가운데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은 벽에 걸린 큰 봉제 곰 인형 두 개이다. 수용소장의 설명에 따르면 이렇다.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세스쿠가 최후의 발악을 하고 있던 89년 겨울, 비밀경찰에 쫓기던 한 부부는 두 살·세 살짜리 연년생에게 수면제를 먹여 이 인형 속에 집어넣었다. 그들은 비밀경찰의 추적 속에 13시간의 사투 끝에 마침내 국경을 넘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발칸의 내전은 이와 같은 난민을 조직적으로 만들어내었으며 더 많은 사람이 죽음의 공포 속에 하루하루를 연명해 나가고 있다. 교황의 지적대로 이 비극적 사건 속에서 매일 그리스도가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아우슈비츠의 비극 이후 우리의 물질문명은 혁명적으로 발전해왔지만 결코 그것이 전쟁을 평화로 바꾸지는 못했다. 발칸사태는 우리 모두의 인간성 회복을 다시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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