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의 교향곡 제5번 ‘운명’은 인류가 만든 음악 중 가장 위대하고 또 가장 널리 알려진 걸작이다. 한 음악 평론가는 운명의 첫 부분을 들어 ‘인류의 영혼을 울린 소리’라고까지 표현하기도 했다. 역사 이래 가장 대규모의 전쟁이었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났을 때 연합군은 바로 이 음악을 승리의 상징으로 삼았다.
베토벤이 주로 활동하고 살았던 비엔나에는 여러 곳의 ‘베토벤 하우스’가 있다. 그나마 그 대부분은 건물의 꼭대기 층에 있다. 그만큼 가난한 삶을 영위했었다는 증거이다. 게다가 그는 한참 활동할 나이에 음악가에게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귀가 먹기 시작했다. 그는 피아노 소리를 듣기 위해 피아노 줄을 입에 문 채 연주하기도 했다.
그러나 베토벤은 그 어려운 현실에 굴복하지 않았다. 가슴 속으로부터 뜨겁게 전해져오는 영혼의 소리를 통해 그의 세계를 형상화해 나갔으며 마침내 음악의 마에스트로가 되어 그 위대한 ‘소리’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오늘의 한국에서도 베토벤 못지않은 ‘영혼의 소리’가 들린다. 뇌성마비 장애자로서 서울대에 처음으로 합격한 정훈기군이 바로 그이다. 손에 힘이 없어 연필마저 제대로 잡지 못하던 그가 마침내 부활한 본고사를 치러 당당히 합격했다.
또한 우리는 죽음마저 넘어서 초인적인 투병생활 끝에 한남대에 합격한 이재룡군의 투혼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사형 선고와 다름없는 임파선암 4기를 선고 받고도 기어이 등교해 졸업에 필요한 출석 일수를 채운 뒤 시험에 합격하였다. 그의 어머니는 이렇게 절규했다. “아들이 마지막 날까지 용기를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살아주기만을 원한다.”
객관적인 실력에 앞서 개인의 배경과 줄이 성공의 관행이 되어버린 한국 사회에서 그들의 목소리는 웅장하기만 하다. 그랜저 앞에 감히 프라이드가 끼어들었다고 폭행을 일삼는 재벌 2세가 있는 나라. 그리고 경찰은 그들을 감싸 돌고 피해자마저 그 거대한 금력에 굴복해 얼버무릴 수밖에 없는 이 땅에서 그들은 정녕 진정한 ‘운명의 마에스트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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