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란 하느님께 드리는 우리의 의사 표시일진데, 우리의 기도가 바르게 전달되어야 하느님께서 우리의 소원을 오해하심(?)이 없이 제대로 받아들이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우리들이 무심코 바치는 기도가 잘못 표현되는 경우가 있음을 지적하여 이를 바로잡아서 바른 기도를 주님께 드리는 데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가톨릭 기도서를 중심으로 몇 가지 소견을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기도문에 나오는 한자어에서 첫 글자를 소리내는 데 있어 장음자(길게 소리내는 글자)와 단음자(짧게 소리내는 글자)를 구별하지 못하고 장음자를 짧게 발음함으로써 기도의 말뜻이 뒤바뀌고 혼돈되는 사례가 많다.
예시하면 ‘祭’(제사 제)는 장음자이다. 그래서, 제:사(祭祀) 제:물(祭物) 제:단(祭壇) 제:제대(祭臺)라고'제'를 길게 소리내야 하는데, 이것을'제사''제물''제단''제대'로 짧게 소리내면, 재사(才土: 재주꾼) 재물(財物: 돈이나 값이 나가는 물건) 재단(財團: 법인체), 제대(除隊: 군 복무에서 풀려남)의 뜻과 혼돈하기 쉽다.
'救'(건질 구)의 발음도 장음자이니 구: 세주(救世主) 구:주(救主) 구:속(救贖) 구:원(救援)이라 발음한다. 이것을 '구세주' '구주' '구속' '구원'으로 짧게 소리내면 구: 속(救贖)이 구속(拘束: 체포)으로, 구:원(救援)이 구원(仇怨: 원수)으로 뒤바뀌어 기도에서 바라는 우리의 소망에서 동떨어진 기도가 된다.
이 밖에 틀리기 쉬운 기도말을 추려본다.
'간:구, 계:명, 계:약, 계:시, 고:성소, 동:정녀, 마:귀, 배:반, 봉:헌, 부:제, 부:자, 성:모송, 세:상, 신:심, 영:생, 예:언, 재:림, 제:자, 죄:인, 찬:미, 창:조주, 통:회'(거룩: 하시다) ※(별항 부록 참조)
그러나 禮(예:례)의 예식(禮式), 예물(禮物)과 主(임금 주)의 주여(主여), 주(主님)는 짧게 소리내야 한다.
둘째, 우리는 기도 끝에'아멘'으로 응답한다.
아멘의 뜻은 우리가 앞에 기도한 내용을 확인하면서 그것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한다는 뜻이다. 또한 미사 중에 사제 또는 다중 기도자가 기도하면 신자 다중이 아멘으로 응답하는 것은 그 기도의 내용대로 이루어지기를 동의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 신자들은 유독 '주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을 바칠 때면 '아멘'을 본기도에 바짝 붙여서 응답하고 있다. 즉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우리 죄인을 위하여 빌으소서 아멘.”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하는 식이다. 이래서야 응답으로서의'아멘'이 되겠는가?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우리 죄인을 위하여 빌으소서. 아멘.”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과 같이 기도가 일단 끝나면 사이를 두고 “아멘”하고 응답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아멘'의 습관은 묵주신공을 기계적으로 바치는 데서 오는 습관성 오류이므로 꼭 고쳐져야 할 것이다.
끝으로 우리말 토씨의 '의' 발음에 대하여 제언한다.
우리 천주교에서는 기도문을 신자 다중이 합송할 때가 많다. 이때 토씨 '…의' 발음이 각각이어서 듣기에 거북하고 맞춤법에도 없는 발음이다. 그 발음 상황을 보면 '으이' '으' '에' 등 세 가지로 발음하고 있다. 한글 맞춤법상 '으이'나 '에'로 발음하는 것은 허용하나'으'발음은 허용하지 않는다. 표준말에서도 통상'에'로 발음하고 있으니 이는 '의'의 원 발음인 '으이' 보다 '에'로 발음하는 것이 음운학상으로 자연스러운 발음이요 음성언어의 표준화 현상이라 할 수 있으나, 예컨대 '주의 기도'를 '주으이 기도' '주으 기도'라고 하는 것보다 '주에 기도'라고 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저항이 덜하는 발음이 아닐까? 그리고 우리의 모든 노래말에도 '에'로 발음하고 있고 그 나라 표준어 사용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방송 아나운서의 말씨에서도 '에'로 발음하는 것이 정형화되어 있음에 비추어 우리도 성서 봉독이나 기도문 합송시에 토씨 '의'만은 '에'로 통일하여 발음함이 좋을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