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주일학교가 갖고 있는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가 주일학교 선생님을 보충하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학교 선생님들은 한 명 뽑는데 수백 명의 선생님 후보자가 몰린다고 하는데 우리 주일학교 선생님은 수백 명이 필요한데 겨우 한두 명이 몰리니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 두 개를 비교하는 제가 좀 이상하긴 하지만요.
통계에 의하면 우리 주일학교 선생님들의 평균 수명(?)은 대개 15개월, 그러니까 1년 하고 서너 달 더 하는 정도랍니다. 어떻게 보면 이제 주일학교가 무엇이고 또 주님을 가르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 때쯤 해서 그만두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닐 것입니다. 그만두는 선생님들도 다 나름대로 이유는 있겠지만 한 분 선생님이 교단에 서시기까지 투자된 노력이 너무 아깝단 생각도 들고, 선생님의 단명으로 인해서 주일학교 교육이 내적인 지속성을 잘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안타까움이 더할 뿐입니다. 주일학교 선생님들 모두에게 무리한 부탁일지는 몰라도 주일학교 교사직을 아무리 적어도 3년, 보통 5년 정도는 하셔야 우리 주일학교 교육이 예수님 마음에 꼭 드는 교육으로 자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선생님들 생각은 어떠세요?
지금 어느 성당이든 고등학교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갔거나 또 대학에 들어간 새내기 교사들을 뽑기에 신부님과 교감 선생님들께서 혈안(?)이 되어 있을 겁니다. 제가 십 수 년 전 새내기 선생님들 모집 때문에 치한으로 몰린 적이 있기에 이야기 좀 하려고 합니다. 지금은 안 그렇습니다만 예전에는 대학에 들어가기가 무섭게 그 대학 배지를 달고 다녔었습니다. 이맘때쯤 미사가 끝난 성당 입구에 서서 눈을 치뜨고 대학교 배지를 단 신입생 찾기가 보좌 신부님과 교감을 맡은 제 주일 일과였습니다. 그날도 딱 한 명 만나기는 했지만 보기 좋게 딱지를 맞고 일당도 못한 처진 발걸음으로 터덜터덜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었습니다. 멍하니 집으로 갈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눈이 번쩍 띄었습니다. 대학교 배지가 눈앞에 나타났거든요!
“아니, 이럴 수가! 한 명도 아니고 세 명씩이나? 저 셋 중에 적어도 하나는 교사를 할 거야! 오! 주님 감사합니다.”
나도 모르게 그 배지 단 세 명의 신입 여대생 앞으로 가서 인사를 하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어 시간 좀 있으세요.”
순간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느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성당이 아니라 버스 정류장이란 걸 깨달았을 때 그 여학생들의 눈길이 이런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별 미친 × 다 보겠네! 지 나이를 생각해야지, 나이를.”
하긴 그때 제 나이가 서른을 바라보았었으니까요. 얼굴이 뻘개진 저는 마침 정류장으로 들어선 버스를 정신없이 올라탔습니다. 그리고 속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니 시간 있으면 젊었을 때 걸어 다니라구.”
그런데 진짜 걸은 건 저였답니다. 왜냐구요? 너무 급해서 그만 다른 데 가는 버스를 탔었걸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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