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전에 논문관계로 19세기에 우리나라에 온 초기 선교사들의 글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그들이 한국을 소개하는 글을 읽으며 매일같이 흥분하던 기억은 지금도 새롭다. 도서관에서 기숙사에 돌아오면 한국 친구방에 달려가 우선 울분을 터뜨리곤했다. 『이럴수가 있나!』
◆초기 선교사 시각
물론 그들은 선교를 위해 목숨까지 바친 훌륭한 분들이었지만 우리를 보는 눈은 문명을 모르는 미개인이라는 선입견이 앞서 있었던 것 같다. 그 시대의 선교정신으로는 무리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면서도 기분이 좋을 리는 없었다. 예를들면 한국사람은 성격이 난폭하고 잔인하다든가 주정뱅이 거짓말쟁이 등등、수많은 결점을 나열하고 있는 것을 볼 때 당시 서양인들의 시각이 얼마나 협소하고 독단적이었는가를 실감했다. 그중에서 몇가지 웃지못할 얘기들을소개한다.
한국사람은 천성이 시끄러운 것을 좋아한단다. 그 예로 고관들이 길을 지나갈때 앞에서 외치는 요란한 소리、국왕행차의 소란、농부들은 일할 때 피리、꽹과리 등으로 흥을 돋구는 등등. 심지어 한국사람들은 모이면 『큰 소리를 지를수록 예모가 있는 것』이라는 엉뚱한 결론까지 내리고있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한국사람이 식충이라는 묘사다. 먹는 것을 보기만하면 절대로 『이제 그만』이라고 말하는 법이 없다. 엄청난 양의 밥(아홉·열명분)을 거뜬히 먹어치우고、복숭아、참외같은 과일은 껍질도 벗기지않고 한자리에서 20~25개를 삼켜버린다. 이런 습성은 어렸을때부터 위장을 늘려 놓았기 때문이다. 『흔히 엄마들이 무릎에 어린애를 앉히고 음식을 퍼먹이는데 배가 충분히 불렀는가 보기위해 숟가락 끝으로 가끔 배를 톡톡 튀겨본다. 더이상 들어갈 수 없을 만큼 팽팽해져서야 그만둔다』
◆“어리석은 게으름뱅이”
또 한가지 『어리석은 게으름뱅이』 로 시간을 지킬줄 모르는 한국인은 『시간은 돈이다』라는 서양격언을 『내일로 미룰 수 있는 일은 절대로 그날에 하지말라』로 바꿔놓는다. 이 사람들에게 기차가 늦게 오는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것을 가르치려면 꽤 오랜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런 종류의 얘기가 수없이 많은데 한편 생각하면 일말의 진실이 없는것도 아니다. 요새도 버스를 타면 원치않는 음악을 몇시간이나 틀어놓는 것을 보고 나는 가끔 이 선교사들의 글을 생각할 때가 있다.
이제 시대는 바뀌었다. 선교정신에도 19세기와는 천양의 차이가 생겼다. 우리 주위에서 만나는 외국선교사들을 보면、예외가 없는것은 아니지만、대부분 그 생활태도나 정신이 철저하여 한국인 생활속에 깊숙이 파고들어 마음으로부터 「나눔」의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목격하게된다.
그중 내가아는 D수사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흔히 선진문명국이라는 서구세계에서 본 사람은 우리나라 생활양식이 무조건 불편하다고 하기 일쑤인데 D수사는 관점이 다르다.
◆서양식 침대완 비교 안돼
한국에 온지 얼마안되던 어느날 D수사는 참으로 희한한 얘기를 했다. 한국식 생활처럼 편리한 것이없다고. 더구나 그것은 매우 크리스찬적이라는 것이다.
우선 온돌방은 정말 편리한 곳이라고 했다. 세 사람이 잘때 한사람이 더 오면 조금만 좁히면 넷이 잘 수 있고 조금만 더 좁히면 다섯도 잘 수 있다. 서양식의 침대라는 것은 이런 여유가 없다. 매우 배타적이고 개인주의적인데 비해、사람이 오는대로 끼어 잘 수 있는 온돌방은 얼마나 크리스찬적이냐.
또 음식도 그렇다. 특히 정초에 떡국을 끓일 때 사람수가 느는 대로 떡을 한줌 더 집어넣고 물을 좀 더 부으면 거뜬히 함께 먹을 수 있게 된다. 이 얼마나 「나눔」의 생활양식인가.
그의 얘기에 나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정말 그렇게도 볼 수 있구나! 우리자신이 미처 깨닫지못한 새로운 면이었다. 온돌방에서 자면 허리가 아프다고 침대 생활을 하는 도시인이 많고 음식도 양식을 즐기는 「문화인」이 많은 이 나라에서 외국인의 입을 통해 이런 얘기가 나오니 듣는 이의 마음은 착잡할 수 밖에 없다.
그 후 D수사의 집에 갈 기회가 있었다. 그곳에 가보고는 바로 D수사의 생활이 그러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했다는 것을 알았다.
조그만 기도방에는 서양식 향대신에 한국의 향을 피우고 있었다. 촛불대신 등잔불을 밝힌 방에 꿇어 앉아 함께 기도를 했다. 그리고 나서 마루에 둥근상을 펴놓고 저녁식사를 드는데 너무나 검소한데 놀랐다. 밥、국、김치、그 뿐이었다. 국이라는 것도 라면 끓인것、그날 따라 손님이 온다고 어묵을 몇조각 넣었다고 했다. 큰 체구의 서양사람들이 밥 한사발에 국과 김치를 맛있게 먹는 것을 나는 묘한 감명을 받았다. 우리주변에는 영양을 운운하고 반찬투정을 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그런 속에서 고기를 주식으로 하던 그들이 여기와서 치르는 희생이 어떤 무게를 갖는지 알것만 같았다. 이러한 생활을 하는 D수사니까. 그의 마음의 눈은 보는것에서 마다 「나눔」과 「사랑」을 발견하나보다. 그래서 언제나 흡족한 표정으로 사나 보다.
결국 모든 대상은 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달리보이고、행과 불행도 마음가짐에 달려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한번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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