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새해 첫 달에 일어난 두 사제의 죽음은 희비가 교차되는 가운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1월 15일 전주에서 선종한 임복만 신부와 이보다 이틀 일찍 1월 13일 중국 땅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대구 윤임규 신부.
이 두 사제의 죽음은 먼저 중국 지하교회와 관련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임신부는 1942년부터 50년간 중국 지하교회에서 사목하다 92년 12월 입국, 1년간 고국생활을 맛본 후 지병이 악화돼 선종했다. 그의 죽음 안에는 50년 동안 겪지 않으면 안 되었던 배고픔ㆍ추위ㆍ인민재판ㆍ강제노동ㆍ피눈물ㆍ고독 등이 점점이 박혀 있다.
향년 86세로 마감된 그의 삶은 ‘살아있는 순교자’ ‘성인신부’ 등으로 불렸으며 그의 죽음은 “사제로서의 소명을 다하고 승리 거둔 축제의 순간”으로 표현되었다.
반면 윤 신부의 죽음은 장차 중국 대륙 선교를 목표로 7년반 간의 대만 유학에서 천신만고 끝에 학위를 마치고 이제 그 계획을 조심스럽게 타진해 보려던 상황에서 너무나 뜻 밖에 맞게 된 향년 47세의 “안타깝고 애석하기 이를 데 없는 죽음”으로 표현되고 있다.
결국 한 분은 중국 지하교회에서 반세기에 걸친 순교자적 삶 때문에, 또 한 분은 아직도 박해 속에 놓여있는 지하교회에 도움을 주기 위해 일하다가 순교와 다름없는 죽음을 맞게 된 것이다.
이들 두 사제의 죽음은 애국 가톨릭과 지하교회로 분리돼 있는 중국 가톨릭교회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게 한다.
2백여 년 전 우리 선조들에게 천주교를 처음으로 전해주었고 주문모 신부를 우리나라에 보내어 순교하게까지 했던 우리의 어머니 교회이기도 한 중국 가톨릭에 대해 연민과 애정과 걱정을 아니 가질 수 없다.
우리 교회가 중국 교회의 힘으로 태어났기에 지금 어려움에 처한 모교회를 도우려 해도 여의치 못하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55억 인구의 5분의 1이 살고 있는 중국 대륙에 대한 선교가 아직도 험난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 한편으로는 중국 선교에 대한 보다 세심하고 계획성 있는 대비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깨닫게 해준다.
두 사제의 또 다른 공통점 하나는 애도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고 장례식장은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는 점이다.
이는 분명히 참으로 거룩하고 가난하고 참된 사제의 길을 걸으신 분들에게 존경과 감사와 흠모의 표현일 것이다.
유일한 유품인 성모상이 새겨진 작은 반지 하나를 국민학생에게 선물했다는 임신부와 “뱀이 나오는 침실에서 만두 하나를 먹고 안빈낙도하는 삶을 진복으로 삼고자 했다”는 윤 신부의 삶은 수백수천 마디의 웅변보다 더 강하고 진하게 우리의 가슴에 부딪치고 있다. 두 사제의 영원한 안식을 충심으로 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