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환자들을 위한 교리반에 나간지 4개월여가 흘러서 8월15일 성모승천 축일을 1달여 남겨둔 7월 중순 다른 환우들은 영세준비를 하고 있었다.
혹시 어디에 순수한 사랑이 있을까? 혹시 내 내면의 갈증을 풀어줄 사랑이 있을까 찾고 방황하면서 발을 들여놓은 천주교회. 5년여의 예비자 생활 중 몇차례 세례준비를 하고서도 세례때만 되면 빠져 달아났던 나에게 수녀님은 이번에 세례받을 것을 권유해 왔다.
내가 천주교회와 첫 인연을 갖게된 것은 여덟살때라고 생각된다. 영천에 사시던 고모님이 집에 오셨는데 져녁을 드신 후 엄마의 눈을 피하여 골방으로 건너 가시곤했다. 고모를 따라 골방으로 가보니 고모님은 까만 구슬알이 잔뜩 꿰어져 있는 진귀해보이는 물건을 손에 들고 중얼거리고 계셨다.
『고모 그게 뭐야』
『응 이건 하느님께 기도하는 거란다』
어린 마음에 그 구슬다발을 갖고 싶었고 그것을 달라고 했을 때 줄 수 없다고 거절하시면서 엄마에게는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 하셨다.
그 당시 엄마는 철저한 무당 불교의 신봉자였다. 위로 아들 둘과 딸 둘을 돌전에 잃고 형을 낳았으나 역시 돌전에 사경을 헤매고 있을 때 이웃의 권유로 무당굿을 하고 형은 살아났고 그 후 딸둘과 아들 둘을 낳아서 3남 2녀의 자식을 고스란히 성장시켰으니 엄마의 무당교에 대한 열성은 절대적이었고 그 신심은 지나칠 정도였다.
안방 벽장에 울긋 불긋한 신상을 모셔두고 아침 저녁 수없이 많은 절을 했고 모든 음식물은 그벽장 신상님께 바쳐져야만 우리 형제들이 먹을 수 있었다. 그러한 엄마에게 천주교인인 고모가 오신것도 껄끄러운 일인데 기도까지 했다면 부정을 탄일이었기 때문에 고모님은 나에게 묵주를 보았다는 이야기를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던 것이다.
그 후 신천도화동 천주교회를 찾아갔고 교리서를 한권 얻어서 믿을 교리편과 지킬 계명편을 우수한 성적으로 찰고하여 통과되었고 신부님의 격려와 칭찬을 받기도 했다. 보다 더 깊이 알고싶은 욕망에 본당 사무실의 총무님을 찾아가서 뭔가 좀 깊이있는 책을 빌려달라고 청원을 했더니 그 총무님、너무 깊이 있는 책 즉「상해천주교 교리문답」중권(지킬 계명편인데 당시의 기분으로는 천주교신자가 되면 몸을 움직이기만해도 죄가 될 것 같이 세세한 죄목을 나열해 둔책)이었다.
결국 죄에 대한 두려움으로 3편 찰고를 미루던중 군입대를 하게되었고 인천 도화동 천주교회에서의 세례 기회는 놓치고 말았다.
군입대후 용산에서 근무하게 되었고 혹시 내 근원적 갈증을 풀어줄까하여 삼각지 천주교회를 스스로 찾아나갔고 역시 5개월여 교리를 배우고 8월 15일 세례를 앞두고 8월 11일 중단하고 말았다. 이유는 천주교회에 입교하게 되면 죄 지을 수 없다는 이유와 또 그곳에서도 내면의 갈증이 풀려지지 않았고 진실한 사랑의 모습을 발견하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세례를 받으라는 수녀님의 권유와 사탕 미숫가루의 의리 때문에 고심하다가 수녀님을 테스트 해보기로 작정을했다.
내가 심한 말과 욕된 말은 해서 화를 내고 나를 포기해 버린다면 사랑 진실 봉사라는 것은 겉꾸미는자의 자기만족을 위하여 선택된 단어라는 내 주관이 재삼 확인되는 것이고 그래도 나를 사랑으로 붙들어주고 이해해준다면 어쩜 수녀님의 말씀이 진실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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