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백주년과 함께 토착화의 개념이 상당히 깊숙하게 교회저변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아직 토착화 문제는 중요하다고 인정되는 만큼 「이렇다」고 내세울 확연한 움직임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1월30일 한국교회사연구소(소장ㆍ최석우 신부)와 교회사연구소 후원회(회장ㆍ유현석)가 공동으로 기획한 특별강연「한국 가톨릭문화의 토착화」-차례지내기는 교회사연구소가 일상에서부터 토착화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구체적인 접근방법에 합세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김수창 신부의 발표를 중심으로 알아본다.
서울 명동주임 김수창 신부가 담당한 이날 특강은「가톨릭신자의 차례지내기」. 강의뿐만 아니라 실제로 김신부가 마련한 차레예식순서에 따라 참가자들은 한국교회 선조들에게 차례를 올리면서 신앙의 후손으로서 예를 다했다. 이날 김수창 신부는 이미 수년전부터 자신이 준비、시도해온 「선조를 기억하는 차례예식」을 중심으로 조상을 기억하고 일체감을 느낄 수 있는 가톨릭적 차례 모델을 제시、참가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준비단계」「미사」「차례예식」등 3단계로 구분된 김신부의 차례예식은 한마디로 우리 전통예절인 차례에 가톨릭의 전례를 적절히 도입、구성한 절충식 예절이라 할 수있다.
차례예식 시범에 앞서 전 과정을 설명한 김신부는 △집안팎을 깨끗이 청소하고 차례 지내는 방을 잘 정돈하며 △고백성사로 마음을 께끗이 할것과 아울러 △정성껏 차례상을 차리되 형식을 갖추려 하지말고 평소가족이 좋아하는 음식을 차리며 △차례상에는 촛불과 꽃을 놓거나 향을 피워도 좋고 △벽에는 십자고상을 걸고 그밑에 선조의 사진을 모시며 사진이 없으면 이름을 정성스럽게 써 붙여도 좋다고 준비과정을 제시했다.
이어 김신부는 『가족이 모두 참여한 가운데 선조와 후손을 위해 기도하며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는 미사를 봉헌한 것』이 중요하다면서 가족 공동체가 함께하는 미사참례를 권했다. 다음은 시범을 곁들인 차례예식. 촛불ㆍ꽃ㆍ김대건신부의 영정 등으로 조촐하게 준비된 차례상을 놓고 진행된 이 날 차례예식은 김수창신부의 안내에 따라 성호와 성가로 시작、독서、가장의 말씀、큰절 올리기、사도신경을 비롯 부모 자녀 부부 가정을 위한 기도에 이어 성가、주의기도、식사、마침성호 등 순서에의해 진행됐다.
김신부는 가장의 말씀은 차레예식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하면서 이 시간은 ▲선조들을 소개하고 가훈ㆍ가풍ㆍ선조의 말씀을 전해주고 ▲오늘의 집안 현실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이야기하며 ▲하느님의 말씀과 선조의 유훈에 따라 성실하게 살아가는 문제 등 서로의 대화를 통해 일치와 사랑을 다지는 시간이 되도록 진행 할 것을 권고했다. 특히 어린이들이 선조들을 「간접」으로 만나는 시간이란 점에서 유익함을 지적하는 김신부는『이 같은 만남이 자신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가족전체、나아가 이 사회 전체와 관련이 있다는 연대의식과 함께 인생에 대한 책임의식 질서의식을 키워 주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날의 차례예식은 마련한 자리답게 순교자 찬가로 시작됐으며 참석자들은 가장 역을 맡은 최석우신부의 말씀을 듣고 김대건 신부의 영정 앞에 큰 절을 올리면서 순교자의 후손으로 신앙의 유산을 풍요하게 가꾸어 후손에게 물려줄 것을 다짐했다.
차례예식 시범에 앞서 김신부는『2백년이 지나오는 동안 아직도 우리 교회는 우리 고유 문화안에 가톨릭을 접목시켜 우리의 것으로 만들려는 의지가 너무나 부족하다』고 꼬집으면서 『이제부터라도 주체성을 가지고 우리의 전통 문화 속에 복음의 꽃이 필수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강구해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최석우 신부는 『이날 복음은 그 지방의 문화、그 지방의 교육을 받은 사람에게 전해야 하기 때문에 토착화문제가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고 전제하고 『작은 공동체에서부터 복음을 문화에 적응시키는 토착화의 시도가 이루어져야한다』고 강조하면서 『소규모 공동체를 통해 끊임없이 가톨릭 문화의 정착을 시도하는 김수창 신부의 의지에 깊이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 날 김수창 신부가 진행한「선조를 기억하는 차례예식」은 지난 82년 김수창 신부가 홍제동본당 재임시 신자들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실시해온 것으로 그동안 신자들 사이에 부분적으로 파급되어왔다.
특히 제2차「바티깐」공의회 이후 실제적으로 허용되고있는 제사ㆍ차례 중 불필요한 형식을 과감히 개선하고 가톨릭 전례에 맞게 절충한 차례예식은 바로 전례의 토착화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이날 참가자들은 『그동안 명절이되면 미사는 미사대로 차례는 차례대로 어정쩡하게 지내오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면서 전통양식의 도입을 적극 환영하고『이 같은 시도가 한국교회안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와 모색이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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