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공장이 많은 지역에서 본당사목을 할 때 였다. 젊은 노동자들의 모임을 시작하려고 주보를 통해、또 강론때 노동자들이 모이도록 협조해달라고 부탁했다. 지정된 날、시간에 맞추어 기다리고 있으니 정작 노동자는 한명도 오지않고 경찰서 정보과 형사 두 사람만이 왔다가 서로 겸연쩍어 한 적이 있었다.
◆ 노동자 숫자 늘지만…
그 후 방법을 바꾸어 노동자 한 사람씩을 찾아내어 비로소 넉달 간에 걸쳐 4명을 한 그룹으로 만들 수 있었다. 그 모임 마저도 내가 떠난후 흐지부지 없어지고 말았다고 한다.
해가 갈수록 성당에서 노동자들을 모아놓고 일을 한다는 것이 점점 어려워 진다고 한다. 노동자 숫자는 엄청나게 늘고、교회도 많아졌지만 교회안에 노동자는 없어진다고 노동사목을 하는 분들이 걱정을 한다.
그래서 노동자들을 만날수 있는 곳에 허름한 방을 얻어 교회냄새도 풍기지 않으며 일을 하는분들이 많다. 서구에서 온 선교사들은 유럽교회가 노동자들을 잃고 많은 어려움을 겪고있는데 한국 교회도 똑 같은 역사의길을 걷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노동자들이 교회에 잘 나오지않는 것은 일도 많이 하고 피곤하고 시간이 없는 등…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교회안에서 그들을 맞아들이지 않는다고도 볼 수 있다.
교회가 중산층 신자들에 둘러싸여 일하다 보면 의당히 모든 기준을 그들에게 맞추게 되고 낮은 계층의 사람들은 소외될 수 밖에 없다.
가난한 사람들은 시간이나 비용 때문에 교육이나 피정에도 참석키 어렵다. 교회안에도 가진 사람、배운사람들이 끼리 끼리 모이는 경우가 많으니 없는 사람들은 더욱 자기 자신들이 초라하고 왜소하게 느껴질 것이다.
때로는 헌금에「동전 안내기 운동」도 부담스러울 것이고 웅장한 건물들은 오히려 가난한 사람들에겐 편안함보다는 위암감을 줄 것 같다.
◆ 중산층 중심의 교회
이런 점으로 보아 가난한 사람들은 많은 기존교회에 함께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으며 교회 공동체의 기쁨도 신앙의 생기도 얻기 힘들 것이다.
가끔 노동자들이 교회에 대해 불평을 털어 놓는다.
예수님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라고 했는데 교회는 부자만 반긴다는 말도하고、저 세상을 위해 살라고 하면서 교회는 이 세상을 위해 사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한다.
어떤 신자들은 예수님은 한 마리양을 찾아 나섰는데 지금 교회는 99마리 양을 지키고 있지、잃어버린 한마리 양은 그대로 버려둔다고 한다.
일의 결과、능률、외형적인 것을 중시하는 사회풍토에서 보면 예수님의 이 비유는 비효율적일 것 같다. 조금만 노력하면 효과가 있고 찾아오는 사람만도 감당키 어려운 현교회 실정에서 소수를 위해 또 별 효과도 없는 일에 힘을 쏟는다는 것은 합리적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목자가 99마리양을 버려두고 잃어버린 1마리양을 찾아나설 때 그것은 99마리에게도 위로와 기쁨이되는 일이다. 사람은 누구나 많은것에서 소외감이나 가난을 쉽게 느끼기 때문에 어떤 공동체에서 약한사람을 도와준다는 것은 그 공동체 전체 건강에도 좋은것이다.
좋은 공동체인가 아닌가에 있는 소외된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잘 알 수 있다고 한다.
이미 교회에서 여러가지 방법으로 그 소외된 사람들을 도와주고 있다. 각 단체에서 양로원 고아원등 어려운 사람들을 방문하여 도움을 주고 본당에서도 예산의 일부를 그들을 위해 배려한다.
◆ 수평적 인간관계 아쉬워
이런 자선방문을 받은 불구자 한 사람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참고마운 분들이나 어떤때는 우리가 더 초라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물품을 주는 사람은 많지만 우리에게 시간을 주고 무릎을 맞대고 앉아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줄만큼 수평적 인간관계를 가질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사실 어떤때 돈을 주거나 행사처럼 방문하여 물질적 도움을 주는 것은 비교적 쉬운 일이지만 이환자가 갈망하는 인격적 사랑을 주기는 어려운 것 같다.
어느 신부님은 자기방에서 노동자 두사람과 이야기하고 있을 때 부인들이 찾아왔다고 한다.
그 신부님은 문밖에 나가 그들에게 지금 귀한 손님과 이야기하고 있으니 다음에 뵙자고 하며 돌려보냈다고 한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말이 있다. 또 바다 밑바닥에 귀한 진주가 숨겨져 있듯이 사회 밑바닥에 있는 작은 사람들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 예수님의 삶이었으며 가르침이었다.
김수환 추기경님도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셨다. 『교회의 모습이 숫적으로나 양적으로 강한 교회보다 즉 번성하고 승리하는 교회의 이미지 보다는 자기 스스로 가난하고 또 약한 사람들 안에 함께하고 있을 때 확실히 많은 이에게 해방과 희망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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