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의 남편은 결혼 전부터 사귀어오던 여성과의 사이에 아들까지 두고 모든 면에서 이중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A가 남편의 이런 사실을 결혼 초에 알고 남편에게 관계를 청산하라고 요구했으나 그는 연전히 양다리 줄다리기만 계속할 뿐 행동에 변함이 없자 A는 마침내 남편과 헤어질 것을 결행하려했다.
그때쯤 나는 A를 알게됐다.
내가 A의 남편을 설득하기도 하고 경고(?)하기도 했으나 그는 말만 비단결같을 뿐 행동엔 변함없었다.
남편에게 매일 구타만 당하던 A는 온몸에 시퍼런 멍이든 모습으로 자신의 고통을 내게 호소해왔다.
그런 A가 절망과 죽음의 늪에서 허우적거릴 때 보이지 않는 손길이 A를 붙잡아 주셨다. 비로소 A는 신앙에 눈뜨기 시작했고 지난해 9월 그녀가 이사해 뜻밖에도 나와 한집에 살도록 섭리해 주셨던 것이다. 그리고 A의 남편은 피소가 됐다.
날이면 날마다 A와 내가 이마를 맞대고 용서와 포용, 복수와 외면의 갈림길에서 고민했으나 문제는 쉽사리 풀리지 않았다. 문제의 핵심은 불신감, 바로 그것이었다. A의 어려움 앞에 아무 도움도 못되던 나는 그냥 기도만 끊임없이 드릴 뿐이었다.
A가 나를 완전히 의지하고 믿고만 있었으므로 나는 그들의 일을 외면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
포기와 용서의 수 없는 갈림길에 섰다가 지쳐버린 이는 A와 나뿐이 아니라 A의 시집식구들도 마찬가지였다.
마침내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될 순간이 왔을 때, 나는 마지막으로 도와달라고 주님께 간청했다.
그 때 떠오른 한 생각이 얼키고 설킨 둘의 관계에 실마리를 풀게 할 줄이야…
햇살이 유난히도 따사롭던 바로 그날 오후 극적인 합의가 이뤄져 고소가 취하되고 3년간이나 얼키고 설켰던 문제들이 완전히 해결돼 버린 것이다.
그날 밤 감사의 기도를 올리다가 터져나오는 오열을 끝내 참지못한 나의 두손을 A는 꼬옥 감싸쥐어 주었다.
불교를 신봉하는 A의 시부모가 아들인 남편에게 성당다니기를 적극 권유하는 요즈음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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