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스트라우스의 왈츠곡으로 유명한 ‘푸른’ 다뉴브강은 알프스 산맥의 차디찬 만년설에서 발원한다. 유럽 대륙을 가로질러 흑해에서 마지막 생명을 다할 때까지 다뉴브의 물결은 유럽인들의 생명의 원천이자 예술혼의 고향이었다. 이토록 아름다운 다뉴브도 주변의 개발에 따라 이제는 ‘갈색의’ 다뉴브로 불릴 정도로 변했다. 그렇지만 강 자체가 심각히 오염된 것은 아니다.
지난 4년간 다뉴브강 가에서 살았던 필자에게 가장 놀라움을 안겨준 일은 아직도 그곳에 어부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몇몇 한국인 친구들이 모여 그들이 잡은 향어를 가지고 회를 떠 초고추장에 찍어 먹었던 기억이 아직까지도 새롭다.
실제로 시장에 가보면 살아있는 싱싱한 향어를 많이 판다. 어물 가게 주인이 손님에게 꼭 물어보는 말이 있다. “죽여요?” 손님이 고개를 끄덕이면 향어를 집어든 뒤 옆에 있는 나무 방망이로 머리를 톡 쳐 혼절시킨다. 그래야 비닐에 넣어 가져가기가 쉽다. 어느 누구도 이 향어의 신선도에 대해 의심을 하는 사람은 없다. 다뉴브에 대한 신뢰가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공업화가 진행된 유럽 선진국의 환경이 이처럼 깨끗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의 한 발 앞선 정책 때문이다. 물론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가혹하리 만큼 견고한 시민의식이다. 시민의식의 요체는 개인의 이기심을 줄이면서 공리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래서 저녁시간에 못을 치다가는 경찰의 가택 수색을 받기 십상이고 김치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은 마늘 냄새 때문에 동네 주민의 집단 항의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러니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환경문제는 말할 나위도 없다.
낙동강의 식수 오염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시민들과 언론은 연일 정부의 직무유기에 분노하고 있다. 옳은 일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쓰레기를 길에다 버리고 오물 투성이인 자동차를 골목에서 유유자적하게 세차하고 있다. 시민의식이 이럴진대 아무리 발버둥 쳐도 강은 맑아지기 힘들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가 노력한다면 우리의 후손들은 한강변에서, 그리고 낙동강변에서 오손도손 모여앉아 신선한 향어회를 먹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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