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복을 벗어버리고 시집이나 가라는 나의 계산된 폭언에도『이하사님、그렇게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고 그 사랑은 인간들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아직 이하사님이 진정한 사랑을 맛보지 못하였고 세상을 왜곡하여 보는 눈에 잘못이 있는 것입니다』라고 얼굴색 하나도 변하지않고 나의 억지와 폭언을 다받아들이는 것이었다.
대구 제1육군병원、철이르게 코스모스 몇 송이가 피어있는 잔디밭에서 수녀님과 나와의 세시간여의 대좌는 결국 나의 완전한 패배로 끝이났고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뛰어넘는 진실한 사랑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눈을 뜨게 되었고 세례준비를 하겠다는 약속까지 하고 말았다.
내가 그토록 인간의 인간다움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는 진실 사랑 희생 봉사라는 단어를 미워하고 싫어하게된 것은 내 인생 짧은 20여년의 생활이 너무나 쓰라리고 아팠기 때문이었다.
내 인생 20여년 엄마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가치있는 단어들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좋은 영향을 주지못한 사람들 뿐이었다.
아버지. 내가 철이 들고나서 아버지에 대한 인상은 며칠씩 집을 비우고 도박판으로 다니다가 돈이 떨어지면 집에 와서 무기력하게 누워계시는 모습이였다. 혹시 아버지의 방에라도 들리게되면 찌든 담배냄새와 쿨룩이는 기침소리가 패배자와 실의자의 모습을 연상케했고 아버지의 방에 들어가기도 싫은 심정이었다.
그나마도 아버지는 국민학교 4학년때 섵달 그믐전날 유난스럽게도 눈이 많이 내린날 잘못든 인생길을 한탄하면서 세상을 떠나셨다. 2년전에 이미 두 누나는 같은 해에 세상을 떠났고 형님은 군에 입대하여 전쟁터를 전전하고 있었기에 엄마와 철모르는 동생과 셋이서 아버지의 죽음을 지켜야만 했다.
그 후 엄마는 4년을 더 사시다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고 우리는 한 분밖에 안계신 삼촌의 집에 더부살이 신세가 되고 말았다. 갑자기 떠맡게된 세개의 혹、떼어버릴수도 없고 그렇다고 붙여두기엔 너무나 거추장스러운 우리 3형제에 대한 숙모의 심정은 자연 짜증스럽고 돌아가신 우리 부모에 대한 원망과 욕으로 나타났으며 그리고 심할때는 구박과 구타로 표현되어 졌다.
혈육이 친지가 좋은 것은 상대가 풍요하고 상태가 아주 작은 위엄이라도 지킬 수 있는 여건에 있을 때 가능하고 자기、자기자식을 뛰어넘는 사랑이라는 것은 모두 거짓이라는 판단을 했고 그 판단의 껍데기가 나를 감싸기 시작했다.
철 모르는 어린시절、혹시 이 땅 어디엔가 우리를 따뜻한 사랑으로 받아들여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를갖고 삼촌의 집을 가출했다. 그러나 끌려간 곳은 전쟁 고아들의 수용소였다. 전쟁이 끝난후 고아도 많았고 고아원도 많았으나 진정으로 고아들을 위하여 일하는 사회사업가는 별로 없다는 것을 고아원 생활을 통하여 익혀왔다. 시청이나 구호단체에서 수용인원 조사라도 나온다면 식사내용이 달라졌고 온갖 수단 방법을 동원하여 많이 타낸 구호물자는 원장과 그의 가족이라는 귀족들을 위하여 흥청망청 쓰여졌고 우리는 주린 배를 움켜잡고 양의탈을 쓴 늑대들(대부분 종교지도자가 고아원 원장이었다)을 원당하면서 추운 겨울밤을 떨며 새워야만 했다.
이러한 고아원 생활을 통하여 겉꾸미는 자들의 허위와 거짓을 발견하고 주일 그들의 설교는 아름다웠으나 행동에는 진실이 없다는 것을 확인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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