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성탄과 연말이 가까워 오면 너나없이 마음과 발길이 분주해지면서도 가난하고 헐벗은 이웃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잊지않는다. 신자건 미신자건 간에 이웃을 돕는 풍조가 성탄시기에 절정을 이룬다면 그리스도 탄생의 본뜻이 여기에서는 바로 정착되어 간다고 보겠다. 세모에 갑자기 몰아닥친 한파가 제법 길게 이어지는데도 우리의 따뜻한 인정은 얼어붙은 가슴들을 녹이기에 충분하리라. 길거리에서나 이웃간에나 또 평소 발길이 뜸하던 고아원、양로원、기타 불우시설들에 사랑의 나눔이 이어지는가운데 훈훈한 인간애가 꽃피는 시기다.▼그런데 금년에는 이런 아름다운 마음의 행렬이 뜸하다고 한다 예년에 비해 30% 수준밖에 안되고 그나마도 긴 여우살이를 준비하는데 보탬이 될만한 도움의 손길은 없다고 한다. 왜 그럴까? 예년같으면 고아원과 양로원의 방문일정이 꽉짜여져 미리 일정을 배정 받아야만 직접 이들을 만나볼수 있었는데 금년에는 왜 갑자기 조용해 졌을까? 불황탓일까? 일년 내내 끊이지않던 바자 탓일까? ▼바자는 원래 아랍 세계의 시장을 뜻했다. 좁은 거리양쪽에 비좁은 틈을 잡고 같은 종류의 장사꾼들이모여 확자지껄 물건을 사고파는、흡사 우리의 장터와 다를바가 없다. 이러한 형태의 바자는 오늘날에도 중동지역에 가면 그 모습을 볼 수 있지만、언제부터인가 서방 세계에서는 소위 자선시장을 바자라고 불렀다. ▼우리나라 최초의 바자는 1915년 천주교 고아원의 운영을 돕기위해 팔았던「자선권」이 효시였다. 그러나 이것은 오늘날의 바자와는 그 형태가 달랐다. 먼저 아무 조건없이 자선권을 샀고、나중에 감사의뜻으로 자선권 산이들을 초대하여 다과회를 베풀면서 고아들이 만든 수예옷이나 상보、수건、손가방 등을 제비뽑아 선물했으니 이것이 처음부터 순수한 자선이었다. 이렇게 도입된 바자가 오늘날에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거래하는「나눔의 장」이라는 형태로 전혀 모습이 다르게 발전해가고 있다. 점차 자선이라는 본래의 의미는 사라져가고있는듯한 느낌이다. ▼바자에서 물건을 몇점샀다고해서 충분한자선을 행한건아니다. 모금함에 얼마간의 돈을 넣었다고해서 충분한 사랑을 행한건 못된다. 『신부님의 강론을듣고 아무리 생각해도 그 불쌍한 고아들한테 애긍할것이 없어서 성모님께 도와달라고 기구한 다음 산나물을 뜯어다가 장에 갔다 팔아서 모은 돈입니다 약소하나마 성모님이 주신 고아원에 좀 보내 주십시오』이러한 사랑의 모델을 한번쯤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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