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윤임규 신부님. 이제는 우리들의 가슴 속에 그리움으로 다시 살아납니다. 지난번 길고 짧은 만남들이 기억 속에서 그리고 이야기의 화두로서 저의 영혼에 부활하십니다. 윤형은 10년 전에 입었던 그 회색 잠바로 우리에게 오셨지요. 윤형의 ‘자발적 가난’은 우리 후배들에게는 무슨 특별함이 아니라 자연스런 다정함으로 느껴졌답니다. 지난번 사제연수 때에 저희들과 밤늦게까지 소주를 마시면서 우리가 가야 할 도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지요. 그때 저더러 “환경운동 하는 신부가 무슨 자가용을 타고 다니냐?”고 꾸중하시면서 낙심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천천히 생명운동을 할 것을 격려해 주었지요.
작년 우리 밀 잔치 때에도 윤형이 와 주어서 저는 무척 기뻤습니다. 그때도 우리 밀 회원으로 가입하시고는 밀 막걸리를 몇 병 들고 가셨지요. 함께 밀 막걸리를 마시면서 신부님의 학위 논문 주제가 무언지 물었을 때 한마디로 역경의 주제가 ‘생’인 것처럼 생명이라고 대답해 주었지요. 앞으로 우리 교회의 비전은 ‘생’의 보존에 달렸다고 말씀하시면서 다시 귀국하면 같이 투신하자고 건배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각 교구마다 사목국처럼 환경국을 만들어 우리 교회가 ‘생명 살림’을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하신 것을 저는 기억하고 있답니다. 작년 어느 때인가 밤늦게 대만에서 전화를 저에게 해주셨을 때 저는 무척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질문이 어디에 있습니까? “홍규, 니 기도 효험 있나?” 저는 “무슨 말입니까? 제 기도는 영 효험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니 기도 좀 부탁한데이” 저는 윤형의 기도 부탁대로 늘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하였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주님께서 저의 기도를 들어 주셨습니다.
후배신부들의 이름을 한 사람 한 사람 외우려고 했던 정다운 우리 형님, 이제는 ‘전혀 다른 생’이 되어 우리와 함께 하시는 신부님의 영전에 우리의 슬픔, 추억 그리고 그리움을 향한 기도를 봉헌합니다. 형님의 못 다한 생은 우리 못난 후배들이 살아보겠습니다만 저희도 돌보아 주십시오. 그러나 형님의 누님을 생각하면 무척 가슴이 아픕니다. 늘 생각해 드리겠습니다. 끝으로 윤 신부님, 망자는 산 자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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