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3일 우리나라를 비롯 전 세계 가톨릭교회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크로아티아인들을 위한 기도와 보속운동을 전개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구랍 6일 교황청 국무원장 안젤로 소다노 추기경을 통해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가 처한 비극적 상황을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에게 설명하고 전쟁을 거부하고 마음의 회개를 지향하는 기도와 미사 그리고 단식을 당부한 바 있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비극은 인간의 잔학함이 어느 정도까지 이행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극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최근 보도된 관련 지역 교구장들의 선언문 ‘크로아티아인들에 대한 잔혹 행위’ 내용에 따르면 그야말로 인간이 스스로 서슴지 않고 자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지역 내의 가톨릭 신자들에 대한 학살 행위는 표현이 불가능할 정도로 참혹하다는 소식이다. 이유 없이 학살당한 사람들의 시체가 강물을 뒤덮고 ‘인종 청소’라는 이름하에 무수한 여성들이 폭행을 당하는 끔찍한 일이 바로 우리 인간의 손으로, 인간의 이성으로 저질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관련 교구장들의 호소성 짙은 선언문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전쟁에 대한 언론의 왜곡된 보도에 대해 엄중히 단죄하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의 언론들은 진실과 정의를 방해하고 사례를 조작하는 등으로 민족 간의 증오와 복수심을 부추기고 이를 확산시키는 데 오히려 기여해왔음을 통탄하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이들은 국제기구들의 무능한 처사에 대해서도 당혹과 슬픔을 감출 수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그동안 국제기구가 한 일이라고는 가증스러운 박해와 살해를 중단시키기 위한 구체적 실천보다는 무기력한 성명서나 발표하고 부질없는 회의나 열어왔을 뿐 세계 공동체의 인권을 보호할 책임을 전혀 지지 못해왔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비극은 이미 3년이라는 세월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지난 3년의 세월 동안 앞서의 지적대로 그 지역의 민족들은 철저히 인간의 인성 자체를 강탈당한 채 암흑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개인의 파괴는 곧 가정의 파괴를 의미한다. 가정이 없는 사회,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현대사 안에서, 인간사에서 어찌 이런 일이 가능할 수가 있단 말인가. 말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현실이 아닐 수가 없다.
더구나 올해는 가정의 해이다. 나라의 기초를 이루는 가정이 튼튼해야 나라가 튼튼하다는 기본 원리를 토대로 우리 교회가 발의한 세계 가정의 해는 이미 밝았다. 그러나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총성은 멈출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깨어지고 쪼개어진 가정의 회생은 그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평화가 깨어진 가정 속에서 희망의 미래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교황의 평화의 날 메시지처럼 이 가정의 해에 우리 교회는 세계 가정의 평화를 회복하는 일에 자신을 투신하는 일이 시급하다. 아울러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비극적 상황의 해결을 위해 지속적인 기도와 함께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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