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촌본당에서는 지난달 24일 본당 추수감사제를 거행하면서 황소를 한 마리 잡았다.
본당주임 허연구 신부가 평협위원들을 모아놓고 소잡는 얘기를 꺼내자 모두들 어리둥절해졌다. 이유는 생전 처음 듣는 얘기라 얼른 납득이 안갔기 때문이다.
본당 추수감사제를 기해 소를 잡으려는 본당신부의 뜻은 소값 폭락으로 멍든 농민들에게 다소나마 소값을 올려주고 가난에 찌들려 평소 고기를 먹지 못한 신자들에게 싼값에 쇠고기를 사먹게 하고 나머지 고기들은 모아 국을 끓여 불우한 이웃들에게 밥 한그릇 대접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막상 소를 잡으려고 쇠고기를 계획대로 모두 처분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그리고 소를 잡아본 유경험자도 없고 특히 부위별로 가격이 다른 쇠고기를 누가 나눌 수 있을 것인가 등이 문제로 떠올랐다.
이런 악 조건속에서도 소잡는 일은 예정대로 추진됐다. 소잡는 일과 고기 나누기는 전문가를 불러 수고료를 지불하기로 하고 고기는 많은 양이 남을 것에 대비、단체별로 할당하기로 했다.
그런다음 1백5만원짜리 소를 행사 전날 잡아 시중보다 싼값에 내놓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고기는 순식간에 다 없어지고 처음 예정했던 각 단체원들에게는 돌아갈 고기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고기를 사러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서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여하튼 쇠고기를 처분해 소값과 수고료ㆍ세금 등을 지불하고 나머지 고기들로는 국을 끓여 추수감사제 당일 잔치를 벌였다.
이날 잔치에는 본당관할 불우이웃들과 노인학교 노인 등 2백여명이 초대돼 진국물의 쇠고기국을 함께 나누어 먹었다는 얘기다.
이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전국 곳곳으로 퍼지고 있고 동촌본당에서는 성탄절을 앞두고 소를 또 잡는다고 한다. 이미 소도 구해놓고 고기주문이 쇄도하고 있다는 얘기다.
마침 성탄절과 연말이 다가오고있다. 적어도 금년 성탄에는 진정 농민을 위하고 가난하고 불우한 이웃들을 위해 소라도 한 마리 잡아 따끈한 국이라도 함께 나누는 성탄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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