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성바오로 여자수도회 주최 제1회 청소년독후감 현상공모 작품중 고등부 최우수 작품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문득 톨스토이의 한 소설 제목이 뇌리를 스친다. 실로 난처해지지 않을 수 없는 물음 이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하 것이란 참으로 많다고 여겨지는 이유에서다.
이 책을 읽으며 줄 곧 느껴온 어떤 것이 여기에서 일치함을 깨닫고 새삼 펜을 멈추어본다. 「성채」는 영국 작가 크로닌의 작품으로서 한 의사의 사회적 갈등과 더불어 그려놓은 명작 이다. 그는 주인공 안드레아라는 한 인간을 통하여 인간이기에 겪어야하는 갖가지 모순과 비리와, 또 한 아름다운 사랑까지도 선명히 우리에게 부각시키고 있다.
안드레아 맨슨은 신출내기 의사로서 탄광지대의 대진으로 부임되어 청춘의 꿈을 불사르기 시작한다. 그의 이상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의학계의 썩어가는 현실과 대항하여 언젠가는 가장 순수하고 가장 본격적인 의사로서의 영혼을 가진 의학계를 만들어 보자는 결심이었다.
여기에서 우리는 인간의 본능적인 추구의 자세를 보게된다.
어떠한 이상향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려는 애착심 즉、이상주의의 모습이다. 초기의 안드레아는 이러한 사상에 젖어 있었는데 그것은 실로 깊이있는 공감을 가져다 준다. 왜냐하면 그것이 터무니없는 공상이나 망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이상따위가 뭐냐? 그건 새파랗게 젊고 아직 세상을 모르는 이들이나 하는 소리지, 한 세상 살다 보면 그런 말은 쑥 들어가버릴 걸?』
과연 그렇다. 이유없는 무덤이 없다고, 실은 다 원인이 있다.
그러나 생각해보라. 인간의 삶이 어찌 고되지 않겠으며 어찌 힘들지 않겠나? 먼 옛날, 아담과 하와가 에덴 동산을 쫓겨난 이후부터 우리의 삶은 수 많은 기복을 겪어야만 했다.
가난하고 굶주린 사람들은 더욱 고되다. 그날 그날 목숨을 연장할 식량조차 모자라는 판국에는 다른 일에다 신경을 써볼 여유가 전혀없는 것이다.
이 작품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드라이네피와 어벨라러우의 주민들이 그러하다. 목숨을 걸어야하는 위험과 질병 속에서 그들이 느껴야했던 애환,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행복했다는 점이다.시끌시끌하도록 휘황찬란한 행복이 아니라 거칠고 투박한 오지 그릇 속의 행복이건만、거기엔 잔잔한 사랑이 감돌고 있다.
그에 선명한 대조를 이루는 것이 「런던」에서의 생활을 서술한 부분이다. 안드레아가 사치와 향락에 젖어들고 황금 숭배자가 되어갈 동안 아내 크리스틴과 겪는 갈등은 바로 우리들의 이기심과 양심과의 갈등을 여지없이 파헤쳐 놓은 것이었다.
솔직이 나는 아직 청소년이며 그래서 이「사회」란것에 대해 그리 많이 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사람들이 점차로 본질적 순수성을 상실해간다는 것이다. 한권의 양서를 읽기보다는 오락적인 액션영화 한 편이 더 인기를 모으는 오늘이다. 때때로 밤하늘을 쳐다보며 명상에 잠기는 대신 만화책 전자 오락 등이 더 흥미를 끄는 오늘이다. 섬뜩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우리의 모습은 바빌론의 성채를 쌓던 이들을 방불케하기 때문이다. 인간미를 찾아야 할 것이다. 물질주의와 황금 만능 사상을 버리고 더럽혀진 영혼을 다시금 씻어내야 한다. 그리하여 되돌려받는 것은 끝없는 마음의 평화이다. 안드레아가 죄를 뉘우치고 진실에 다시 눈떴을 때 크리스틴의 죽음이라는 시련이 뒤따랐다. 우리도 이러한 시련을 겪을는지 모른다. 지금껏 해오던 것들을 단번에 뒤엎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결국엔 우리가 해야 할 과제요. 하지 않으면 안 될 사항들인 것이다. 하지만 이 현실을 해결하기 위하여 방법을 짜내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그 방법이란 우리들 스스로가 오랜 세월 잊어버리고 있었던 스스로의 모습이 아닌가? 참으로 많은 고뇌가 있었지만 우리는 그것을 이겨낼수 있는 신비로운 힘을 지니고 있다. 변치않는 우리에의 사랑과 굳건한 양심、
크리스틴의 죽음으로 더 고귀해진 안드레아의 신념은 멀지 않아 우리에게 파고들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결국 깨닫고야 말 것이기때문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가는지를…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