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온갖 가치를 부정하고 왜곡된 시선으로 세상을 즐겨보면서 살게 된 또 한번의 사건은 군대생활중에 있었다. 군 생활중 몸이 아파서 수도 육군병원에 입원했고 진찰 결과 기관지 확장증이므로 수술을 받아야했다.
군의관은 수술도중 어떤 불상사가 생겨도 문제삼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도록 보호자에게 연락하라고 했으나 연락할 곳도 없고 결국 환자 자신이 직접 서약문을 쓰면서 느끼는 외로움은 뼛속 깊이 스며드는 것 같았고、당시 기관지 확장증의 수술은 대수술이었고 실패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여건속에서 수술에 임했다.
수술후 4일간을 꼼짝도 할 수 없이 침대에 일부분이 되어 누워있어야 했고 혹시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심과 아픔과 통증을 호소하고 위로해 줄 사람이 그리워 당시 서울에 살고있던 가까운 친척에게 연락을 했으나 버스 30분 거리 밖에 되지않는 거리였으나 끝내 찾아와주지 않았을 때의 배신감과 외로움.
그래서 또 한겹의 왜곡의 껍질을 만들고 아랫입술을 깨물면서 모든 가치를 부정하게 되었다. 즉 인생은 외로운 것、서로 속고 속이며 적당히 이용하다가 이용가치가 없어지면 아예 눈을 돌리고 등을 돌리며 사는 것이 인생의 지혜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래서 아무에게도 정을 주지않고 소라 껍질 속에든 소라와 같이 밖을 내다보지않고 부모와 세상을 원망하면서 살아가는 인간이 되었던 것이다.
나는 인생의 실패작이요、잘못 창조된 폐품이라 생각하며 한없는 열등감 속으로 빠져들어갔기에 친구는 물론 진하게 연인하나도 사귀지 못하는 외로운 인간이 되어 있었다.
이러한 왜곡을 마음속에 거듭거듭 쌓아가면서도 사랑의 목마름과 인간본질에 대한 외로움으로 인하여 혹시 인간의 진실한 정과 희생과 봉사가 실존하지 않을까하는 기대로 찾고 방황하던 중 수녀님을 만났던 것이다.
수녀님이 내게 건네 준 사탕봉지와 미숫가루 봉지에서 한가락 진실의 작은 빛을 발견하였고 진심으로 나를 걱정해주고 발전가능성을 열어주고 격려해주는 수녀님에게서 사탕보다 더 달고 미숫가루보다 더 구수한 사랑을 발견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의심이 많은 나는 혹시 사랑으로 느꼈다가 겪게 될 더 큰 아픔을 겪지않기 위하여 거리를 두고 접근해갔으며 혹시 수녀님의 그 사랑도 한 인간을 구원해주었다는 자기만족을 채우기 위하여 한정된 기간의 친절이 아닐까하는 의심의 틈을 막아보고자 수녀님을 저울질 해보았지만 결국 수녀님의 진실한 사랑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고 결국 내가 잘못된 인간이며 나의 비뚤어진 마음과 눈을 고쳐야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당시의 내 심정은 수녀님의 사랑은 일찍떠난 어머니의 사랑과 누님의 사랑 그리고 이성의 사랑을 합하여 한꺼번에 내게 쏟아주는 것 같았고 실제로 여섯살 정도 연상의 수녀님에게서 엄마와 같은 정을 느끼기 시작했고 이 모든사랑은 나를 사랑하시는 하느님께서 나의 갈증을 풀어주시려고 내게 보내주신 사자와 같은 분으로 생각하여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게했고 그 감사하는 마음을 그리스도교의 진리를 아는데 모두 바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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