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멀쩡한 가위 두 개를 버렸다. 그 가위로 노끈을 자르려다 내 손톱을 다치고 만 게 화가 나서 미련 없이 버렸다. 난 이 가위를 버리면서 문득 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겉으로는 멀쩡한 엄마 같지만 정작 엄마다워야 하는 부분에 가서는 쓸모없는 엄마가 아닐까. 또 정작 아내다워야 하는 시간에 나는 글을 쓰고 있어서 남편을 고독하게 만드는 고약한 여편네일지도 모른다.
내가 정작 착한 딸이어야 하는 오늘, 내 입장만을 부르짖으며 부모가 이 좋은 세상에 태어나게 해준 은혜조차 모르는 딸로 늙어가다가 부모를 영영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나는 모양만 멀쩡한 가위를 버렸던 그 가위처럼 나 역시 제 구실을 못하고 모습만 반듯한지 스스로 돌아보게 하는 경험이었다. 세상에 쓸모가 있다란 말은 무엇일까?
쓸모는 쓰이게 되는 자리나 쓸 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이겠다. 이 세상에 나와서 죽을 때까지 내가 사람들에게 쏠 만한 가치 있는 사람인지 혹은 내가 쓰여져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내가 글을 쓴다고 남편이나 애들에게 윽박지르던 일, 노는 아이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엄포를 놓던 일 등등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나는 소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한없이 미안한 마음이 밀린다.
그런데 아무리 쓸모 있게 살고 싶은 사람도 상대가 알아주지 않아 고통스러울 때가 종종 있다. 그것은 사랑이 거기에 있지 않았다는 증거일 것이다.
쓸모 자체에만 목적을 두지 말고 나의 인격 안에 존재하고 있는 심오한 사랑을 꺼내어 나와 함께 사랑의 힘을 가지고 나를 이웃에게 쓸모 있도록 해야지만 그 쓸모는 효과가 있다는 것일 게다. 아무리 훌륭한 일을 했어도 일에만 치중을 두었다면 그것도 역시 쓸모가 없는 멀쩡한 가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쓸모 있는 사람은 바로 사랑을 아는 사람일 게다.
지금까지 수고해주신 조양희씨께 감사드립니다. 다음 주부터는 한림대학교 강사 김성진(아우구스티노)씨께서 수고해주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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