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예수!
사랑하는 태진 태준 태현에게
93년 12월 12일자 가톨릭신문 9면 ‘소년 가장 김태진 군’에 실린 너희들의 딱한 사정을 읽고 가슴 메이는 슬픔을 금할 길 없었다. 그래도 너희를 끔찍이 사랑해주시는 할머님이 계시니 조금은 숨통이 트이는 것도 같구나.
무엇보다 너희 가족을 지극히 사랑해주시는 하느님의 배려가 있었기에 이렇게 우리가 만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미국에 온 지 13년째 되는 56세 된 너희들 할머니 같은 사람이야. 나 자신 너무나도 가난한 집안에서 7남매 중의 한 사람으로 태어나 어렵게 공부한 터라, 이런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태진이가 용기 잃지 않고 주님께 기도한다면 반드시 네 앞길을 열어주시리라 믿는다.
동생들 돌보는 어린 가장인 네가 너무도 가엾지만 이 세상에는 너보다 더 어렵고 불행한 처지에 있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생각된다.
적지만 동생 면회 가고 공책이라도 사 주고 싶은 작은 소망을 이루었으면 한다. 부디 희망 잃지 말고 네 꿈이 꼭 이뤄지기를 늘 기도할게.
내가 누군지 알려 하지 말고 내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가톨릭신문사로 연락 주면 좋겠다.
부디 주님께서 함께 하시는 즐거운 성탄과 새해가 되기를 우리 부부는 기도 드리며 이만 줄인다.
주님께서는 너희를 결코 잊지 않고 사랑해 주신다는 것 잊지 말고 늘 감사의 기도 잊지 말아라.
미국에서 93년 12월 20일 John BㆍAna C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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