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농’도 ‘마농’ 나름
제주도에서 전국 문인 신부님들의 모임이 있었다.
비가 내리는 부둣가의 숱한 카페는 저마다 ‘에뜨랑제’ ‘채플린’ ‘발코니’ ‘겨울 바다’… 등의 분위기 있는 이름으로 낯선 곳을 찾는 이의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대구에서 참석하신 Y 신부님.
모임 시간이 아직 여유가 있어 그 중 ‘마농’이라는 한 카페를 발견했다.
비극의 여주인공 마농레스꼬를 생각하며 분위기 있게 칵테일을 한 잔 하시던 신부님이 종업원에게 말을 건넸다.
“이 집 이름이 참 마음에 드네요. 누가 지었어요?”
그러자 억센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종업원이 하는 말.
“마농예? 제주도 말로 마늘 아닝교?”
★전신마취
무릇 사람이란, 사람이 직책을 만들기도 하지만 그 직책이 사람을 만들기도 하는 법.
나눔 실천을 습관처럼 해서 성인 신부로 불리던 K 신부님께서 교구 재정 일체를 담당하는 관리국장 신부님으로 계실 때 가톨릭병원에 수술차 입원하셨을 때의 일.
의사가 전신마취 준비를 하고 있었다.
수술대에 누워 있던 신부님이 저고리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돈을 세기 시작했다.
“신부님. 수술비는 나중에 끝나고 내셔도 괜찮아요.”
의사가 말하자 환자인 신부님 왈,
“알고 있어요. 마취 당하기 전에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이 얼마인지 확인해 두려구요.”
★비가 오면 새는 집
지방의 K시에 있는 성당 사제관을 새로 지으려고 공사를 시작하고 두어 달 신부님이 기거하실 하숙집을 구하러 다니다가 마침 ‘하숙함’이라고 쓰인 집이 있어 들어가 보니 그날따라 비가 와서 천정이 새고 있었다.
그걸 본 신부님이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주인아주머니, 이 집은 언제나 이렇게 물이 샙니까?”
“아니오. 비가 올 때만 새는데요,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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