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 뭉치 사고뭉치」는 이 이야기의 책 이름이다.
성당에서 이 책을 두 손에 쥘 때부터 내가 꼭 말썽장이 사고뭉치가 된 기분이었다.
이 책의 주인공의 이름은 ‘김현경’이다. 그런데 이모들은 현경이를 ‘사고뭉치’라고 부른다. 이 외에 현경이의 별명은 수없이 많다. 샘쟁이, 울보, 땅콩, 양철통, 기차 화통 같은 고약한 별명들만….
이 별명들은 그냥 지어진 것이 아니라 현경이의 행동이나 성격 등을 보고 만들어진 것 같았다.
벌서는데 선수가 되지를 않나, 할머니의 이름을 마구 불러대며 신발짝을 두드리질 않나. 별의별 말썽은 다 피우고 다녔다. 그러나 신데렐라가 되기 위해 성당에 가서 첫 영성체 교리를 받고 어여쁜 신데렐라가 된 현경이. 천적인 유경이가 어려운 사정에 빠졌을 때 아빠에게 혼나면서도 유경이를 도와준 현경이.
조그만 구멍가게의 딸인 순영이의 일을 도와 껌 파는 아이가 된 현경이를 보면 현경이가 원하는 백설공주 신데렐라 인어아가씨 선녀 같은 별명을 나라도 지어주고 싶다.
현경이는 아마 엄마와 함께 살기 전에 엄마와 살고 싶어서 온갖 심술을 부렸는지도 모르고, 남동생과 같이 살면서부터 할머니의 차별 대우를 받고 괴로워 일부러 말썽을 피워 고약한 별명이 붙었을지도 모른다.
현경이는 입학을 하고 나서 친구들을 사귀기 위해 껌을 한 통씩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현경이는 학교 다니기 전에 집안의 간섭으로 밖으로 나갈 수 없었기 때문에 친구를 사귀지 못해 친구 사귀는 법을 잘 몰랐다. 오죽 친구와 놀고 싶었으면 그랬을까? 나는 친구가 많아도 잘 놀지 않는다. 그리고 친구를 사귀기 위해 껌을 준 적이 없다.『차츰차츰 친구가 생길 테지…』하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경이의 마음을 알 것 같다.
앞 못 보는 안마사 아저씨를 흉내 내다가 아빠에게 혼난 현경이는 앞으로 불구자에게 잘해 주겠다고 했다. 내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앞 못 보고 다리를 절뚝거리는 아저씨께서 성당 입구에서 들어오시는데 앞이 안 보이니 자꾸 더듬거리셨다. 그 아저씨한테서 이상한 냄새가 나고 기분이 찝찝해서 도와드리지 않고 홱 돌아서버린 것이 생각이 난 것이다. 나까지 현경이 아빠에게 혼난 기분이었다. 이제부터는 나도 현경이처럼 불구자에게 잘해 줄 것이다.
기발한 장난이 우릴 웃기기도 하고, 따뜻한 우정으로 우릴 감동시키기도 한 현경이는 정말정말 사고뭉치이다.
현경이의 생활 속에서 난 진정한 마음 인내심 따뜻한 감정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현경아, 고마워…”이렇게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게 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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