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림 기간 동안 아기 예수님이 오시기를 가장 손 꼽아 기다린 사람이 누군지 아십니까? 묻는 투로 봐서 정상적인 대답이 나오지는 않을 줄 아셨겠지만 그 정답은 바로 백화점 주인입니다.
대림절 첫째 주일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성탄 특수 판매 전략도 다 세웠으며, 매장 안팎의 장식도 시작했었지요. 처음에는 백화점 주인이 모두 신자인줄 알았는데 그게 그렇지도 않더군요. 하여간 우리 신앙인들이 백화점 주인이 아기 예수님을 기다리는 자세의 백분의 일만 본받아도 굉장히 훌륭한 신앙인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주일학교 앨범에 장식되어 있는 무척 오래된 사진 한 장이 대림절 묵상거리가 되곤 하기에 오늘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주일학교 어린이들이 펼친 연극 장면을 찍은 사진인데 목동으로 분장한 세 어린이가 하늘에 나타난 천사를 바라보는 사진입니다. 그런데 그 세 명의 목동 중 두 명은 한복을 입었는데 한 명의 어린이는 트레이닝셔츠 차림이랍니다. 기왕이면 세 명 모두에게 한복을 입히지 왜 그랬나 하는 의문이 생기는 사진입니다.
지금부터 그 사연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성탄 잔치에 공연할 성극 대본이 나온 다음 목동에 출연할 남자 어린이 세 명을 뽑았습니다. 조건은 한복이 있는 어린이였습니다. 목동의 분장으로 한복을 입히기로 연출을 담당한 선생님의 말씀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성탄 성극에 목동으로 뽑힌 어린이들은 무척 좋아했지요. 여러 명의 반 친구들 중에 뽑혔다는 것 자체가 기쁜 일에다가 이번 성탄절에는 무언가 아기 예수님께 자기 재주를 바칠 수 있기 때문이었겠지요. 그런데 한 3주간의 연습 과정에 매일 한복을 입고 나오는 어린이가 하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말리기도 했으나 그 열성이 보통이 아니길래 그냥 두었습니다. 그리고는 용기를 북돋우면서 성극 준비에 박차를 가했지요.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공연날이 되었습니다. 공연 시간이 거의 되어가건만 출연진 중 하나가 보이질 않아서 연출을 담당한 선생님 속을 태웠습니다. 바로 그 어린이가 보이질 않는 겁니다. 막을 올릴 때가 다 되어서 울상을 하고 나타난 그 어린이 이야기인 즉, “엄마가 어저께 그 한복 빨았어요!!!”
우리 모두 어이가 없어서 그 친구를 바라만 보고 있었답니다. 그렇게 열심히 한복을 입고 연습을 하더니 정작 공연일에는 옷을 빨아서 입고 무대에 오를 수 없다니(?) 순간 제가 느낀 것이 있었습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무대가 아니라 준비라고 말입니다. 그 어린이는 그 누구보다도 대림절을 정말 잘 준비했기에 이번 성탄절이 값질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날 어느 출연자보다 훌륭한 무대복을 입고 있었다고 보여집니다. 약간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요, 선생님으로서.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