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열리는 아침이 새해의 새로운 아침으로 여기고 산다면 좋으련만. 새해 아침이라고 특별히 하얗다거나 안개에 쌓여 신비롭게 펼쳐지지 않는다. 그저 어제와 다름없는 날이다. 어제와 같은 날이라면 전개되는 사건도 어제와 같아야 하는데 그건 전혀 색다르다. 오늘이 처음인 것처럼 맞이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만약에 어제와 똑같은 상황이 오늘도 벌어진다면 어제는 아무렇게 보냈다가 오늘은 잘 살 수도 있지만 삶은 두 번의 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 일생 동안 단 한 번의 기회이며 단 한 번의 선택으로 삶을 살아야만 하는 절박한 오늘이다.
목숨도 두 번쯤 있다면 한 번은 도둑질을 해서 마음대로 펑펑 배 터지게 살아보고 나머지는 고행을 하며 이웃을 위해 착하게 살아가도 후회가 없을 텐데. 누구의 뜻인지는 모르나 단 한 번의 목숨과 한 번뿐인 선택이 몹시 인색하다고 느껴진다. 그러나 억울하고 박해를 끊임없이 받고 사는 가난한 사람들은 한 번의 삶이 다행이며 죽음 이후의 삶은 희망이며 자비로운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단 하루밖에 없는 오늘과 한 번의 선택은 시험 기간이다. 한 번의 선택이라고 투덜댈지 모르나 양심을 존중하고 있는 사랑의 배려라는 생각이다. 시험 기간 없이 다 선하게 살도록 했다면 인간 로봇이 따로 없다. 부모나 선생님이 조정하는 대로 산다는 건 가치가 없다. 인간에겐 착하게 살 수도, 악하게 살 수도 있는 자유를 가졌다는데 가치가 있고 스스로의 선택으로 거룩하게 산다는 건 그야말로 삶의 극치일 것이다. 악만을 부르며 살던 자가 선택으로 착하게 산다면 양심에서 저절로 기쁨이 나온다.
양심은 누가 만들어 냈을까. 아마도 양심을 닮은 큰 양심이겠지. 양심은 선 쪽이니까 큰 양심은 선 자체이겠지.
그래서 사람은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큰 양심으로부터 물려받은 조각 양심이라서 꼭 선택이 필요하고 우리는 단 한 번의 선택으로 거룩한 사람이 되어서 큰 양심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날마다 새로운 아침이라고 생각하고 마지막 남은 오늘이라고 여긴다면 양심이 말하는 대로 삶을 살아갈 것이고 한 번뿐인 선택은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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