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본당은 성당이 없어서 일 년 내내 야외미사를 드리고 있다. 분당이 계획도시라 가건물이나 천막을 치는 것은 엄두도 못 낸다. 그야말로 허허벌판에 모여 앉아서 미사를 드린다. 비 오는 날이면 우산을 쓰고 햇볕 내리쬐던 여름엔 까맣게 그을려가며 미사를 드렸는데 어느새 가을인가 싶었는데 겨울이 성큼 와 버렸으니 여간 낭패한 일이 아니다.
지난 주일은 갑자기 몰아닥친 한파로 뉴스에서 첫 추위 운운할 때 미사엘 갔다. 그렇지 않아도 추운 날씨에 바람까지 쌩쌩 부니 더더욱 체감온도가 떨어지는 것 같다. 옷을 두껍게 입고 오라는 수녀님의 말씀에 내복을 껴입고 나갔는데도 아래턱이 덜덜거렸다. 미사 중에 옆을 살짝 쳐다보니 모두들 추위를 참아보려고 두 눈은 신부님께로 향하고 입은 한일자로 꾹 다물었지만 아래턱이 덜덜거리고 코는 새빨개져 있다.
“강론이 재미없어도 졸지 말아요. 오늘 같은 날씨에 졸면 감기 들어요”라는 신부님의 말씀이 없어도 졸고 있을 신자는 한 명도 없을 것 같다. 오늘은 첫 추위라 이렇게 춥게 느껴지지만 한겨울 눈이 와도 이곳에서 미사를 드린다는 신부님의 말씀에 다시 한 번 더 아래턱에 힘을 주어본다.
이렇게 한참을 떨면서 미사를 봉헌하노라니 우리 선조 신앙인들이 생각났다. 우리 선조들도 추운 날에 이렇게 떨면서 미사를 드렸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래도 훨씬 더 낫지 않은가? 누가 우리를 붙잡아 갈까 두려워하지는 않아도 되니까. 그분들은 얼마나 더한 악조건 속에서도 주님을 찬미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우리는 뚜껑(?) 없는 성당이지만 그래도 우리 성당 터에서 마이크 설치해 놓고 성가 부를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가 라고 생각하니 어금니가 딱딱 부딪히지만 힘차게 성가를 부를 수 있었다.
우리 본당과 같이 이런 어려움 속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본당이 또 있으리라 생각하며 하루 빨리 성전을 완성하여 주님을 찬미하는 기도와 성가소리가 온 천지에 울릴 수 있도록 끊임없는 기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잠깐 우리 본당 신부님의 말씀을 되새겨본다.
“성당을 짓는데 벌어먹을 생각을 하지 말고, 빌어(기도) 먹을 생각을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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