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사회에 나도는 말 가운데 ‘희생양’ ‘참회’ 등 성서적이고 종교적인 용어들이 많이 눈에 뜨인다. 물론 이 용어들은 최근 공직자들의 재산공개에 얽혀 나온 것들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서 부정부패 척결의 차원에서 벌이고 있는 재산공개 작업이 같은 당내 다른 계파의 사람들만을 희생시키고 있다는 불만의 소리가 높다.
바로 토사구팽(兎死狗烹)이란 가시 돋친 말에 읍참마속(泣斬馬謖)이란 대구(對句)가 등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재산공개로 인해 파면‧출당‧탈당‧경고 처분 등을 받은 공직자들 중 단 한명도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뉘우쳤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모두가 자기만 억울한 피해자이고 희생양이 되었다고들 한다.
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가 라는 항변이 설득력 있어 보이기도 한다. 5‧6공의 같은 물에서 똑같이 좋은 시절 즐겨놓고 어느 날 갑자기 칼자루 쥔 쪽이 껄끄러운 상대편을 제거하려는 고단수의 정치보복이라는 주장이다.
그래도 집권당은 총재의 강력한 의지가 있어 죄질이 돌출한 소수인은 제거됐으나 야당 쪽은 못지않은 죄질에도 불구하고 단 한 명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은 상태이다.
고위공직자들이나 여‧야 의원들이 부정 축재한 사실을 조금도 부끄러워하거나 참회하지 않는 것은 우리 사회가 부정과 불의의 늪에 얼마나 깊숙이 빠져있는가를 보여준다. 도덕불감증이 아주 심각한 상태이고 인간 최후의 보루인 양심이 완전 마비된 상태로 진단할 수밖에 없다.
이런 도덕불감증‧양심마비 환자들에게는 강제적이고 즉각적인 수술이 불가피하다. 칼을 들어 썩은 곳은 도려내고 회복 불가능한 분위들은 절단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차관급과 야당의원들까지 재산공개가 이루어진 이 시점에서 국민들이 느끼는 감정은 심한 불쾌감과 모욕감이다. 어떻게 우리의 공직자들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한결같이 부정하고 부패한 인물들뿐인가 하는 점이다.
과연 그런 사람들이 그 자리에 그냥 앉아 있으면서 개혁이니, 새 정치니 하는 일들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걱정스럽다.
이런 면에서 공직자 윤리법 개정이 서둘러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일과성이 아닌, 꾸준한 부정부패 척결이 이루어져 우리의 공직자상이 앞당겨 일신돼야 할 것이다.
정의구현 전국사제단도 오랜만에 성명서를 발표하고 정부와 국민에게 참된 개혁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를 계기로 우리 교회도 부정부패 척결의 솔선자요, 감지자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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