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같은 일인데 벌써 15년이란 세월이 흐른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내가 처음 방 신부님을 만난 것이 말이다. 내가 신부님을 만나게 된 것은 분명 타의에 의해서였다. 내가 다니던 학교에 체육 선생님이 계셨는데 결혼을 앞두고 혼인교리를 배우시게 되었다. 여자 선생님이셔서 혼자 밤길 다니시기 불편하셔서 내가 모시고 성당에 다니게 되었다.
난 이렇게 타의에 의해서 성당엘 다니게 되었다. 선생님이 교리를 배우시는 동안 나는 선생님 옆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지루하고 답답했다. 그래서 나는 선생님이 교리를 배우시는 동안 성당의 여러 곳을 구경하고 다녔다.
성당에는 신기한 것들이 참으로 많았다. 색깔이 든 유리창들 벽에 그려진 여러 가지 그림들. 그중에서도 제일 신기한 것은 신부라는 사람이었다. 머리카락이 노랗고 코가 무지무지하게 크고 눈동자가 파란 미국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때만 해도 머리가 노랗고 코가 크면 모두 미국 사람인줄 알 때였으니까. 그런데 이 신부님은 미국 사람인데도 한국말을 참으로 잘했다. 혀가 약간 꼬부라진 소리를 내기는 하였지만….
솔직히 처음에는 좀 무섭기도 하고 무슨 냄새가 나기도 하였는데 조금씩 친해지니까 무섭지도 않았고 그 냄새도 덜 나는 것 같아졌다. 이렇게 신부님과 친해진 나는 성당에 가는 것이 지루하지도 않아졌고 귀찮지도 않아졌다. 선생님이 교리를 배우시는 동안 나는 신부님 방에서 숙제도 하고 여러 가지 책들도 읽고 하였다.
신부님은 나에게 과일이며 과자도 주시곤 하셨다. 이렇게 신부님과 나는 점점 친하게 되었고 친구처럼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선생님은 6개월의 교리를 마치시고 결혼을 하시기 위해 서울로 가셨다. 선생님이 가시고 안 계셔도 나는 선생님이 교리를 배우시던 시간이 되면 혼자서 성당엘 다녔다.
신부님도 날 반겨 주셨고 나에게도 그 교리라는 걸 가르쳐 주시기 시작하셨다. 난 이미 6개월이란 시간동안 곁에서 듣던 내용이라 거부감이나 어색함 없이 그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많은 여러 가지 기도문도 외우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신부님은 나에게 영세 이야기를 하셨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나는 무척이나 놀라고 당황하였다. 한 번도 영세를 받고 신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우리 집안은 정말로 열심한 불교 집안이었다. 신부님으로부터 영세 이야기를 들은 다음부터는 성당에 가지 못했다.
이번호부터는 서울시 성동구 성수 2가 3동의 윤수길(도미니꼬씨)의 ‘방 신부님과의 만남’이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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