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뇌경색’이란 병명으로 누우신지 1년여 만에 세상을 떠나신 친정아버지께서는 생전에 본당 신부님께서 방문오실적마다 들었던 성서말씀과 당신께서 틈틈이 적으셨던 묵상을 일기로 남겨 주셨다.
“나의 하느님 아버지! 잠시 동안 지금보다 더욱 건강이 나빠져, 코에 호스를 끼고서 식사를 제공받고 대소변을 아내와 자식의 도움으로 받아 해결하며 한 걸음씩 걷기 시작했던 지난날들의 기억을 되새겨 봅니다.
지금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글이나마 쓸 수 있고 볼 수 있고 부축을 받지만 걸을 수 있게 하신 당신의 은총에 감사를 드립니다.
의지할 곳 없는 환자들을 대할 때 저는 나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더 큰 고통과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친구 책 자연을 가까이 하면서도 예의에 어긋난 행동을 좀처럼 용서 못했던 제 자신을 돌아다보며, 착한 아내에게 늘 부족하게만 해주었음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돈의 가치만 알면 된다며 돈에 관심이 없었던 나 때문에 식구들이 힘들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이젠 용서를 바랄 뿐입니다. 주님께서는 늘 제 곁에 계신데도 제가 생각을 못해서 가까이 계신 주님을 만나지 못하고 산 것 같습니다.
이런 저이면서도 판공성사 때면 늘 잘못한 것이 생각 안 난다고 성사도 피했던 죄인중의 죄인입니다. 말로만 하는 통회가 아니라 마음을 찢는 통회가 되게 하시고 기억 못하는 죄까지 낱낱이 용서해주소서 아멘”
희생을 요구하는 영적권고에 귀 기울이지 않았던 나 자신을 반성하며 이 시간 고통 받는 모든 이들과 함께 사랑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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