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의 병든 노모를 50대의 아들과 20대의 손자가 공모해 내다버려 죽게 한 현대판 고려장(高麗葬)사건은 경악과 충격을 던져주었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가 어쩌다가 이토록 반인륜적이고 비인간화 돼버렸는지를 뼈저리게 되돌아보게 한다. 예부터 삼강오륜의 윤리질서가 잘 지켜져 동방예의지국이란 찬사를 받던 이 나라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돼버렸는지 참으로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사건전말을 일별하면 기가 막힌다. 평소 넉넉지 못하게 살아가는데 중풍 들린 늙은 어머니는 귀찮은 존재일수 밖에 없다. 그래서 어느 날 흥신소 직원을 시켜 어머니를 내다버리게 했다. 그런데 보호시설에 수용된 그 어머니는 연고자가 있어 나오게 되는데 바로 그날 또 그 직원을 시켜 이번에는 좀 더 멀리 떨어진 곳에 내다버리게 해 결국 숨지게 했다. 50대의 아버지와 20대의 손자가 입을 맞추어 저지른 짓이다. 과연 그 아버지는 그 아들 손에 버려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이 일을 시키면서 흥신소에 1백20만원을 건네준 것을 보면 그 집 형편이 그다지 어렵지 않음을 짐작하게 한다. 곧 살림이 찢어지게 가난해서 병든 노모를 내다버린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 행위는 인간의 탈을 썼으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마저 저버린, 인면수심(人面獸心)의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이것은 도덕불감 증세를 넘어 썩어 문드러진 인간정신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곧 이 사건은 요즘 우리 사회가 공직·교육·금융 군 등 어느 한 곳도 성한 곳이 없이 철저하게 곪고 썩어있는 상황에서 정신계도 결코 예외가 아님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한 예라고 볼 수 있다.
‘건전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라 했던가… 그런데 바깥이 온통 다 썩어있는데 속이 말짱할 리는 만무하지 않은가!
이번과 같은 패륜행위는 어떤 이유로서든 용납돼서는 안 된다. 일벌백계해서 또 다시 이 같은 비인간의 모습이 인간사회에서 재현되지 않게 해야 한다. 또 하나 국가적 차원에서는 급속히 늘어나는 노인들에 대한 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우선 노인들을 부양하고 있는 가정들에 대해 혜택을 넓히고 무료나 유료양로원을 확충하는 일도 시급하리라 여겨진다.
우리 교회도 노인복지사업에 보다 더 적극적이고 폭넓게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91년 말 현재 전국 14개 교구에 44개의 양로원을 운영하고 있음은 한 교구에 3개꼴로서 이 분야에서 교회의 더 많은 활동이 기대되고 있다고 하겠다.
5월은 어버이날이 들어있는 달이다.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다는 어버이의 은혜를 다시 한 번 새기고 효성의 마음을 실천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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