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새 한국 건설을 위한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며 부정부패 척결작업을 통하여 우리가 믿던 이 나라 지도자들의 윤리도덕성이 얼마나 허물어져 있으며 우리 사회가 얼마나 병들어 있는가를 피부로 느끼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투기며 공직을 이용한 부정 축재, 대학의 부정입학과 교수채용에 있어서 뇌물수수, 교육공무원의 정답유출, 국방부의 징병제도 부정과 진급 비리인사, 금융계의 불법 비자금 조성 등 날이 새기가 무섭게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오는 부정부패사건 그러나 이것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높은 데서부터 낮은 곳까지 썩지 않는 곳이 없는 것 같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부정부패가 정상적이고 그 위에 형성되어 있는지 않나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그야말로 총체적 부정부패다. 털어서 먼지나지 않을 곳이 있을까? 마음으로나마 부동산 투기를 꿈꾸어보지 않은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나물 먹고 물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어도 낙이 그 속에 있다는 선비사상을 자랑하던 이 백성들이 언제부터 이렇게 돈에 눈멀고 양심은 무뎌지고 썩고 병들었을까?
부정부패는 망국병이고 이것이 척결되지 않는 한 나라의 발전과 번영을 기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이 망국병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 뿌리를 뽑질 않고 들어난 사람들의 처벌만으로 고쳐질 병이 아니다. 그러면 그 뿌리는 무엇인가?
이는 국민들 가슴속 깊이 잠재해 있는 황금만능주의와 이기심이라 하겠다. 황금만능주의란 황금이 만능이기에 신주 모시듯 모시는 것이고 이기주의란 남이야 죽든 말든 나만 잘 살면 된다는 것이다. 두 주의를 합치면 내 돈 벌기 위해선 남이야 죽든 말든 상관없다는 주의이다. 이야말로 암적인 망국병이다. 사람이 아무리 건장하더라도 암에 걸리면 별 볼일 없듯이 국민소득이 7천불 아니라 7만 불이 되더라도 이 암적인 정신병을 고치지 않으면 국가의 번영은 사상누각이 될 것이다.
그러면 이 황금만능주의와 이기주의를 무엇으로 고칠 것인가? 부정부패 척결도 중요하지만 그것은 미봉책에 불과하고 근본적으로는 정신혁명을 일으켜야 한다. 그러면 무엇으로 이 혁명을 일으킨다 말인가? 문득 육당 최남선 선생의 개종선언문의 일절이 떠오른다. 한국인의 정신적 지주의 필요성을 말하면서 “유교에서는 퇴계가 나왔다. 그러나 퇴계가 몇 묶음으로 나온다 할지라도 오늘의 혼란을 다스리리라고 기대하겠는가? 불문에서는 원효가 나왔다. 그러나 원효가 떼를 지어 나온다 할지라도 오늘의 혼탁을 밝게 할 수 있다고 하겠는가”하면서 가톨릭에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과연 그렇다. 이 암적 정신병을 치유하기 위한 정신혁명은 그리스도의 정신만이 가능하다. 그러면 그리스도의 어떤 가르침인가?
첫째 “하느님을 만유위에 사랑하고 이웃을 자기 몸처럼 사랑하라”(마태 22,37-38)는 계명으로 황금을 신주처럼 사랑하고 황금을 자기 몸처럼 사랑하는 백성들의 정신을 바꾸어 놓는 것이다.
둘째로 우리는 모두 그리스도와 한 몸의 지체라는 신비체 사상이다(1코린 12,12-31). 즉 네가 죽는 것이 내가 죽는 것이요, 네가 사는 것이 내가 사는 것이란 신앙이다.
셋째로 성체성사의 신비이다.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살과 피를 우리에게 음식으로 주시면서 “벗을 위해 자기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요한 15,13)고 가르치며 형제를 위해 피와 살을 주는 사랑의 인간이 되라고 하셨다. 즉, 다른 사람을 내 밥으로 삼는 삶이 아니라 내가 다른 사람의 밥이 되는 삶을 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정신이 머리와 가슴에 가득 찰 때 어떻게 황금을 신주처럼 섬기며 하느님이 원치 않으시는 불법 불의한 수단으로 재산을 축적하려고 할 것이며 남의 자식이야 떨어지든 말든 내 자식만 합격하면 된다는 생각을 할 수 있으며 나아가 살인강도며 사기공갈이며 가짜 상품, 가짜 식품을 팔수 있으며 노동착취나 인신매매 등 사회악을 꿈꿀 수 있겠는가?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백성이 국민의 50%만 되어도 이 나라는 법이 없어도 되는 서로 돕고 사랑하는 복지국가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복음화는 바로 망국병을 고치는 정신혁명이요 구국운동이요 애국운동이다. 암으로 죽어가는 사람에게 암을 고쳐주는 것만큼 큰 사랑이 없듯이 우리 국민의 암적인 병을 고쳐주는 것보다 더 큰 애국이 어디 있겠는가. 민족복음화란 바로 구국운동이란 신념으로 ‘사정이 좋든지 나쁘든지 복음을 정파하자’(1코린 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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