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 좋은 계절임엔 틀림없다. 삼라만상이 생기와 푸르름을 마음껏 내뿜고 있고 우리에게는 한없는 기대와 희망에 부풀게 한다.
그러기에 어린이와 어버이 그리고 스승의 날 등이 5월에 들어있어 그 의미를 더 한층 되새기게 한다.
우리 교회는 5월이 성모성월이다. 일 년 중 가장 아름답고 싱그러운 계절을 골라 성모님께 바쳐오고 있다.
지금 전국 어디에서나 성모상 주변에는 각양각색의 봄꽃들이 화려하게 장식되고 성모님을 찬양하는 노래와 시와 글들이 끊이지 않는다. 아마 성모님이 일 년 중 가장 호강 받고 흐뭇한 때가 바로 5월이 아닌가 여겨진다.
그러나 반대로 5월이 성모님께는 제일 마음 아프고 고통스런 때일는지도 알 수 없다.
그것은 우리의 5월이 그 어느 때보다 시련과 고통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의 5월은 엄청난 불의와 부패와 불신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거 30년 이상 기득권자들에 의해 저질러진 온갖 부정과 비리들이 끝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모든 분야에서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그리고 광주 민주화 항쟁의 뼈아픈 상흔이 아직도 완전히 아물지 않은 채 남아있는 것이 역시 5월이기도 하다.
이처럼 우리 사회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수많은 악폐와 그 상처들 가운데서도 가정의 붕괴 현상은 참으로 심각하다.
가정에 어른이 없어졌다. 어머니도 주부도 더 이상 가정을 지키고만 있지 않다. 가족 간의 대화나 서로의 정을 나눌 기회도 없다. 서로가 자기일에 헐떡이며 기계처럼 돌아가고 있을 뿐이다.
이런 가정일수록 돈과 권력은 있기 마련이다. 돈을 어떤 방법으로 모았든, 그리고 무슨 수단으로 권력을 쥐었든 그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들에게는 오로지 출세와 돈과 명예만이 관심사일수 밖에 없다.
그러기에 자식에게는 입시부정을 저지르게 하고 남편에게는 비리를 서슴지 않고 행하게 했다. 최근의 우리사회 도처에서 불거지고 있는 각종 비리의 배역들 중 많은 수가 어머니와 주부들에 의해 자행된 것은 바로 우리의 가정들이 붕괴되고 있는 증거이다.
가정을 지켜야 할 어머니와 주부들의 탈선과 파행을 보면서 우리네 가정들을 되돌아 봐야할 때이다.
성모성월이 성모상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노래와 시낭송으로 감동적인 분위기를 체험한 것으로 자족해서는 결코 안될 일이다.
바로 성모님이 이루신 성가정이 세 가족의 깊은 애정과 고통과 희생의 분담 위에서만 가능했다는 사실을 깨닫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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