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의 신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2개월 조금 지났지만 그동안 우리 사회는 엄청난 변화를 겪었고 또 현재도 겪고 있다.
단순한 정권교체의 차원을 넘어 새 정부에 의해 추진된 개혁돌풍에 사회 전체가 휩쓸려 진통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개혁의 기치아래 단행되고 있는 사정의 칼에 이미 국회의원·전직 참모총장·은행장 등이 쇠고랑을 찼고 현역 및 예비역 장성들이 무더기로 구속됐는가 하면 대입비리·재산공개 여파로 임명된 지 열흘도 안 된 장관·서울시장 등이 자리를 내놓기도 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오늘까지 우리는 고위공직자나 사회지도층 인사의 비리를 폭로하는 언론보도를 하루도 빠짐없이 접하고 있으며 심지어 “내일은 어떤 인물이 비리의 주인공으로 신문지상에 오르내릴까”하는 호기심과 기대 속(?)에 살아가고 있다.
이미 두 달이 지났지만 개혁의 열기와 사정의 칼날은 조금도 수그러지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더더욱 확산되어 가고 있는 느낌이다.
대부분의 국민들 눈에는 새 정부의 개혁작업이 매우 밀도있게 추진되어 가고 있고 이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와 호응도 전례없이 높은 것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실시된 어느 언론사의 여론조사는 정부의 개혁조치에 국민 90% 이상이 지지를 보이고 있고 공보처가 실시한 조사에서는 무려 95%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이 신정부의 개혁조치가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와 성원을 받고 있는 것은 그동안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에 썩지 않은 곳이 없었고 그 환부가 너무 깊어 도려내지 않고는 근본적 치유가 불가능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김수환 추기경이 최근 언론계·종교계 등 각계의 개혁동참을 호소하면서 개혁의 당위성을 역설한 것도 개혁 작업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수환 추기경은 그동안 수차에 걸쳐 공식석상에서 개혁에의 동참을 권유했고 지난 29일 서강대 동문회가 롯데호텔에서 주회한 ‘원로초청 조찬회’에서는 “우리의 미래와 흥망이 오늘의 개혁에 달려있다”고 까지 강조했다.
추기경의 말씀이 아니더라도 오늘날 개혁의 당위성이나 역사성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부정부패나 사회적 비리를 적발하고 그 관련자들에 대해 법적·도덕적 징벌을 가함으로써 정의로운 사회를 건설한다는 개혁논리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누구도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최근 사회 일각에서 정부의 개혁속도나 방향에 대해 조심스럽게나마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유의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들은 개혁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은 물론 구정권·구체제 아래서 권력을 향유하거나 부를 축적한 기득권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정책에 자기 나름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사정 기관들이 한건주의식의 경쟁적 사정활동을 펴는 것 같다” “사정의 기준과 방향이 모호하다” “사정의 잣대가 일정치 않고 사안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다르다” “국민여론과 인기를 너무 의식하는 것 같다” “개혁의 마스터 플랜이 없지 않느냐”는 등으로 대변되는 이들의 목소리가 아직은 매우 작지만 일부 야당의원들과 식자층을 중심으로 서서히 확산되어 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들은 특히 개혁이나 사정에 대해 진지한 충고와 건설적 비판을 가하는 것 자체가 수구세력·기득권층·반개혁주의자들의 행위로 몰리는 사회분위기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개혁이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해서 이에 대해 이견을 제시하거나 비판을 가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 된다면 건전한 사회발전을 위해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는 주장이다.
개혁에 대한 건전한·격의 없는 충고가 ‘반개혁’으로 간주된다면 이는 마치 50년대 초 미국을 한때 풍미하던 맥카시 선풍의 폐해가 우리사회에서도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측면에서 또 다른 우려를 자아낼 수 있을 것 같다.
과거 어느 정권과도 비교할 수 없는 정통성과 함께 개혁의 필연성·정당성·중대성에 대해 모든 국민들이 공감을 하고 있는 만큼 정부도 이제는 개혁의 내용과 방향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과 감시를 폭넓게 수용할 수 있는 아량을 가져야 할 것 같다.
국민적 지지가 높으면 높을수록 정부나 위정자는 더욱 겸손해야 할 것이며 30년 만에 취임한 문민 대통령이 여론과 명분을 업고 추진하고 있는 이 개혁작업이 일과성 태풍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조속한 시일내에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 진행된 개혁작업에 대한 전반적인 검증과 함께 보다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엄정한 중간평가 실시를 한번쯤 검토해 볼 만한 시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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