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한 기계, 자판기. 동전만 있으면 그리고 단추만 누르면 원하는 것을 살 수 있는 자동 전력 소모기계, 자판기. 시도 때도 없이 장소에 상관없이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버젓이 들어서는 자판기.
해인사에도 석굴암에도 심지어 성당과 피정의 집에도 그 편리함 때문에 자동판매기의 이용량은 해마다 늘어간다. 작년에 15만대의 자판기가 작동했다. 게다가 이 기계들은 최근 들어 점점 대형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7백∼8백 와트의 전력을 소모하는 기계도 볼 수 있고, 6kw를 소모하는 기계도 등장하고 있다.
전력 소모는 말할 것도 없고 자판기에서 쏟아지는 일회용 컵은 어떤가. 아무데나 마구 버려지는 캔은 또한 어떠한가. 빈 캔이 1년에 약 2억 개 이상 그대로 버려진다고 한다. 잘 썩지도 않는다. 알루미늄 생산과 캔 제조에 엄청난 양의 전력이 소모되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광산에서 캐낸 알루미늄 1t을 가공할 때 1만5천kw/h 의 전력이 소모된다.
자동 판매기안의 음료수는 우리의 몸에도 좋지 않다. 대장균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자판기의 음료수를 자녀들이 자주 마시면 ‘탈 칼슘’ 현상이 일어나게 되어 뼈도 약해지고 성질도 나빠진다. 그리고 성당 안에 자판기가 있으면 보기도 안 좋을 뿐더러 쓰레기만 생긴다.
무엇보다도 자판기는 인간다움을 위축시킨다. 왜냐하면 제일 좋은 음료수는 사람이 직접 만들어서 나누어 마시는 전통차 감주 수정과 등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성당 안에 자판기가 있을까? 돈 때문에? 이웃돕기 때문에 기금확보를 위해서? 무슨 단체기금을 위해서? 우리 교회가 이 정도밖에 안되는가! 자판기로 복지기금을 만들려고 한다면 눈감고 아웅하는 격이다. 무슨 바자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는 말이 있다. 중요한 것은 자판기든 바자회든 생명의 가치이며 공동체적 감수성이다. 교회의 자선행사가 자본주의화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한마디로 성당 안에 있는 자판기를 철거하고 각종 바자회,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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