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를 배우던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이 있다. 방학 때마다 한 번씩 겪어야 했던 문답시험과 ‘요리강령’이다. 이 중 ‘요리강령’ 속에 그려져 있던 흑백의 그림이 기억에 더 생생하다.
이 책은 프랑스의 그림 교리서를 번역 출판한 것이라 그림 자체가 서양풍이었다. 그런데 그 안에 그려진 지옥과 마귀의 그림이 왜 그렇게 무서웠던지, 꿈에도 나타난 적이 있을 정도니까.
당시는 조금만 수녀원 방에서, 사제관 문간방에서 교리를 배웠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제법 교리 교육에 틀이 잡혀 있는 것 같다. 본당마다 우선 교실이 배정되고 교재가 다양해져 교리 교사들이 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 또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 성지 순례다, 야유회다, 산간 학교다 하면서 다양한 방법이 교육에 이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오래 전과의 비교일 뿐, 실제 내용은 더 허술한 것 같다. 교리교육에 오랫동안 참여해 온 한 수녀님의 말씀은 그리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그분이 지적하는 교리교사와 교리교재의 문제는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생 중심으로 짜여 있는 교사진은 자질 문제야 쉽사리 논할 수 없을지라도 교육에 연속성이 없는 것이 문제죠” 이젠 본당에 한 명 정도는 전문적인 교리교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교리교사진은 수녀님이나 보좌 신부님의 지도 몫이다. 그러나 적어도 교안을 준비하는데 일련의 체계를 갖추기 위해서, 그리고 교육 과정에도 어느 정도 연속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우리 교회 안에 그러한 교육기관이 있는데, 왜 활용하지 못하는지 언제나 의문이다.
지금의 교리교재 역시 전보다 많이 개선되어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는 몇몇 사람들의 노력이 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우리는 교리교육의 중요성을 말로만 늘어놓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에 관여해온 수녀님의 고충을 풀어 이야기하지 않아도 짐작이 가는 일이다.
그 수녀님 말씀처럼 이제는 새로운 교리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요리강령’ 식의 교육, 문간방에서의 교육이 아닌 이상에는.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