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3일 본당 구역 반장님이 전화를 하셨다. 내용인즉 내일이 주일이고 모래가 한식이니 성묘객이 몰릴 것이라며 이틀 동안 성전 신축기금 마련을 위해 커피장사를 성당묘지에서 해보자는 것이었다.
다음날 미사에 참례하고 성당묘지로 향했다. 밀리는 차량과 인파 때문에 시간이 지체되었지만‘○○성당 신축기금 마련’이라는 어깨띠를 두른 자매님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우리들 앞을 자나가던 어떤 형제님은 커피 몇 잔을 들더니 만원을 주시며 거스름돈을 성전기금에 보태라며 받지도 않는 것이었다. 또 어떤 중년 자매님은 “작지만 보태세요”하며 거스름돈을 사양하며 총총히 발걸음을 옮기기도 했다. 판매하는 것은 커피와 꿀차 컵라면에 불과했지만 제법 잘 팔려 꽤나 신이 나는 듯 밝은 표정이었다.
그런데 성당묘지에 위령미사를 집전하러 오신 ○○본당 신부님이 우리들 곁으로 오시더니 “치사하게 얼마나 벌겠다고 그 짓을 하느냐”며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불호령을 하시며 당장 집어치우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각 본당에서도 도와 줄 테고 우리 본당에서도 도와줬다며 “우리 본당에 와서 절차도 밟지 않고 왜 그냥 장사를 하느냐”고 말하는 것이었다.
우리들은 얼떨결에 마치 몹쓸 짓을 하다 들킨 죄인마냥 판매하던 물건을 주섬주섬 챙기고 어깨에 둘렀던 띠를 벗고 한쪽 귀퉁이로 물러났다.
여기저기서 장사를 벌이는 잡상인들이 그렇게 많은데 그들에게는 아무 말도 안 하시면서 어렵고 가난한 지역에서 성당신축을 위해 애쓰는 신자들에게 왜 그렇게까지 호된 꾸지람을 하셔야 했을까?
나의 바람은 다만 좀 더 넉넉하고 부드러운 사제의 모습을 보여주셨더라면 지금 내 마음이 이렇게 무겁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의와 권위보다는 따뜻한 인정과 사랑 넘치는 사제의 말 한마디가 우리 신자들에게는 큰 기쁨이 되고 희망임을 알고 계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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