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중한 내 몸무게만큼이나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나는 기쁜 얼굴로 집의 벨을 눌렀다.
아빠가 옷을 아주 멋있게 입고서 나에게 “지금 오셨습니까? 공주님”하고 나를 반겨주셨다.
늘 회사일에 밀려서 나와 대화도 못하던 아버지께서 이렇게 나를 반겨주시니, 나는 누구보다도 기뻤다. 나는 기뻐서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아빠는 “예쁜 옷을 골라놓았으니, 어서 빨리 입고와요”라고 말씀하셨다. 아빠가 나에게 너무 잘해주셔서 나는 이집트의 여왕인 클레오파트라가 된 기분이었다.
내 방에 가보니, 공주들만이 입었던 옷처럼 예쁜 드레스가 침대 위에 놓여 있었다.
그 드레스는 나에게 ‘은희야, 어서 나를 입어봐’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그 옷을 입었다. 아빠는 어떻게 나의 몸 치수를 아셨는지, 그 옷은 나에게 딱 맞았다. 그 옷을 입고 거실에 나갔더니 생일을 축하하는 케이크와 함께 촛불이 켜져 있었다.
내가 나가자 엄마와 언니는 박수를 크게 치며 ‘생일 축하한다’면서 선물을 주셨다. 나는 뛸 듯이 기뻤다.
아빠는 “은희 생일을 맞아 가족 모두 가을 산구경가자”하시며 나에게 간편한 옷으로 갈아입으라고 하셨다. 나는 드레스를 벗고 싶지 않았으나, 할 수 없이 옷을 갈아입었다.
산에 올라가기 전에 두 명씩 짝을 지어 누구 팀이 더 빨리 올라갔는지 내기를 하기로 하였다. 나는 아빠와 짝이 되었고, 언니는 엄마와 짝이 되었다. 드디어 결승점이 다다르고 있을 때 너무 산이 미끄러워서 나는 그만 쭉 미끄러지고 말았다. 다행히 아빠가 붙잡아 주신 덕택에 다치진 않았지만 아빠는 걱정이 되셨던지 이마에 땀이 이슬처럼 맺혀있었다. 비록 아빠와 나는 내기에서 지긴 했지만, 즐겁고 아슬아슬한 하루였다고 생각했다. 또 다시 가족과 함께 등산을 즐기고 싶어서 그 뜻을 부모님께 말했더니 좋다고 하셨다. 나는 속으로 ‘우리 아빠 최고’라고 말하고 어느새 나의 입가에는 미소가 확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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